볼턴 “트럼프, 하노이 회담 후 김정은 데려다주겠다 제안” 주장

볼턴 “트럼프, 하노이 회담 후 김정은 데려다주겠다 제안” 주장

기사승인 2020-06-22 18:06:39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행기로 평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을 앞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원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8일 확대정상회담 때 하노이의 저녁을 취소하고 김 위원장을 북한까지 태워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그럴 수 없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그림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전날 만찬에서부터 2일 차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2016년 이후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는 방안을 거듭 제안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안에 어떤 추가 제안을 더 할 수 있는지를 여러 차례 물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은 ‘그(트럼프 대통령)는 자신이 형편없어 보이게 되는 것을 김 위원장이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왜냐면 그는 김 위원장의 편에 선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포기가 북한으로서는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구상에 미국 언론에 얼마나 많이 실릴지 등을 강조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뭔가 더 내놓을 것이 없는지 계속 물으면서 대북 제재의 완전 해제보다는 단 1%의 완화라도 요구하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예를 들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날 회담에서 최악의 순간”이라면서 “만약 김 위원장이 ‘예스’라고 했다면 그들은 미국에 형편없는 합의를 타결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회고록에 적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협상 패키지’를 더욱 업그레이드하려고 계속 노력하면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의 제거를 포함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한일의 우려를 명백히 무시한 것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은 지적했다.

당시 협상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자,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계획과 관련해 포괄적인 기준선에 대한 선언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고 밝혔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국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노이에서 너무 까다로웠던 게 아닌지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기술했다.

저서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가리켜 “우리는 ‘워게임’에 단 10센트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재무부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또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이 섣부른 합의를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세 차례의 사전 브리핑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회담장에서 ‘빈손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9일 끈질기게 한국 측의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후에도 ‘김정은과 핵협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분명히 선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언론을 상대로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리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직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스몰딜, 또는 내가 그냥 걸어 나가는 것”이라는 3가지 예상 결과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걸어 나간다’는 옵션을 준비했고 선호하기까지 한 것 같았다. 여자로부터 차이기 전에 먼저 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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