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평등인가"…인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 고용에 거센 반발

"이것이 평등인가"…인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 고용에 거센 반발

기사승인 2020-06-23 13:23:53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노동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정규직 전환,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공항공사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역차별’ 논란 여론도 거세다.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2일 인천공항에서 브리핑을 열고 “1902명인 여객보안검색 근로자를 청원경찰 형태로 직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보안검색 요원들을 공사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우선 채용한 뒤 법률을 정비해 직접 채용할 계획이었다. 항공산업과 부동산 임대업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을 고용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보안검색 요원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달라고 요구하며 공사 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

공사는 2017년 5월 정규직 전환 선언 이전에 입사한 보안요원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 등을 통한 적격심사를 거쳐 직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형은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기존 보안검색 요원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보안검색 요원 대부분은 직고용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에 입사한 보안요원은 공개경쟁 방식을 거쳐 직고용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보안검색 요원들이 대거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공사는 전체 보안검색 요원 중 30∼40%는 경쟁 채용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 측은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직고용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청원경찰은 노령·관료화 문제로 폐지하겠다는 정부방침을 스스로 뒤엎는 행위이자 한국공항공사에서 조차도 폐지하려고 하는 제도"라면서 "조합원의 뜻에 반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경우 전 조합원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원경찰을 통한 직고용 추진은 고용안정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실업자로 내몰고 인천공항 뿐만 아니라, 지방공항, 항만 등 타 공기업에도 심각한 노노갈등을 초래하고 막대한 국민혈세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면서 "공익감사를 포함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 등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들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두고 역차별 논란 여론도 거세다. 앞서 정부세종청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도 기존에 비정규직이었던 특수경비원들을 청원경찰로 전환해 직접 고용했지만, 공사 정규직 노조나 취업준비생 등의 반발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인천공항공사 재직자들이 이용하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이나 취업준비생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인천공항공사의 결정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원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니. 이들이 노조를 먹고 회사를 먹고 이들을 위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인가"라면서 "사무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시험도 없이 다 전환하는 게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적었다. 이어 "이번 전환자 중에는 아르바이트로 들어온 사람도 많다. 누구는 대학 등록금 내고, 스펙쌓고,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싶었겠나. 이건 평등이 아니다.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3일 "노력하는 청년들이 호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로또취업을 취소하고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공항의 결정은 단순히 2143개 신규일자리를 없애 버린 게 아닌 수십만 청년들의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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