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빗방울 눈물 되어 소녀상 눈가로 흘러내려
28년 만에 자리 뺏긴 수요집회… 대학생단체 소녀상 주변 이틀째 점거
정의연 "밀려나고 빼앗겨도 수요시위 이어가겠다" 발언
[쿠키뉴스] 박태현 기자 ="저기 있는 소녀상은 단순한 동상이 아닙니다"
장맛비가 쏟아지기 시작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곁에서 우비를 입은 청년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외친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들이다. 이들은 전날 오전부터 이날까지 “소녀상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밤샘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1992년부터 28년 동안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진행됐던 수요집회가 보수단체의 집회 신고 선점으로 자리를 빼앗겼다.
정의연 관계자와 대학생 단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 이제는 우리가 기억한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 피켓을 들고 ‘수요집회 계속 될 것’이라며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자리를 지켰다.
자유연대의 소녀상 앞 선점에 대해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평화의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뿌리 채 흔드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행태를 중단하라. 밀려나고 빼앗겨도 수요시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위안부 피빨아 먹는 거머리', 윤미향 사퇴하라' 등 윤미향 사진이 나온 현수막을 걸고 정의연 해체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도 윤미향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정의연 해체 등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매일 집회 신고를 내고 장소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보수단체 대 정의연의 자리싸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굵은 빗방울이 눈물되어 소녀상의 눈가에 가득 고였다가 이내 흘러내린다. 두 단체의 충돌을 지켜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