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민 트레이너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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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6-26 18:41:1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 24일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엉덩이 걷기’라는 독특한 단어가 올라왔습니다. 알고 보니 ‘엉덩이 걷기’는 23일 오후 방송된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서 소개된 운동법 이름이었습니다. 양쪽 발을 일자로 유지하고 상체를 세워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일자를 만든 자세로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뜻합니다. 엉덩이 근육을 이용하기 때문에 ‘엉덩이 걷기’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날 방송에는 이 운동으로 출산 후 불어난 살 21㎏을 감량한 주인공들이 직접 출연해 온라인에 올린 다이어트 영상의 누적조회수가 2000만 회에 달한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체중 감량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기술이 더 발전해도 인류는 여전히 새로운 운동법을 찾아내고 공유하고 있을지 모르죠. 문제는 체중과 외모에 관한 관심이 타인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같은날 많은 본 연예뉴스에는 방송인 안선영과 배우 구혜선,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다이어트 기사가 올랐습니다. 구체적으로 몇 ㎏을 감량했는지 최근 모습은 어떤지 SNS 사진이 담긴 기사였습니다. 유명인이 살을 빼거나 찐 모습에 여전히 많은 대중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관심이 도를 지나친 예도 있습니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 배우 유이는 그룹 애프터스쿨로 활동하던 20대 초반 살 때문에 상처받은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자신의 살이 논란이 되고 악플의 근거가 된 것이죠. 유이는 당시 ‘사람들이 이렇게 내 몸에 관심이 많나’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배우로 전향하며 역할에 맞춰 살을 빼게 됐고, 8년 동안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는 고백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외모에 관한 불필요한 관심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유이에게만 일어난 건 아닐 겁니다. 말하지 못할 뿐 수많은 연예인들이 여전히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는 정책을 바꿔 댓글을 달지 못하게 됐지만, 지금도 유명인들은 개인 SNS를 통해 악플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최근 bnt뉴스와 진행한 화보 인터뷰에서 그룹 모모랜드 낸시는 “어느 날부터인가 인터넷에는 내 몸매에 대한 댓글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가수인데도 대중은 여전히 자신의 노래 실력, 춤 실력보다 살이 얼마나 쪘고 빠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죠. 유이가 악플을 받던 1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전 국민이 트레이너가 되어 누군가의 체중 변화를 지켜보고 지적하는 사회에 우린 살고 있습니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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