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vs 조선...팽팽한 후판값 줄다리기

철강 vs 조선...팽팽한 후판값 줄다리기

조선사 “수주가뭄으로 어렵다” vs 철강업계 “가격 정상화 해야”

기사승인 2020-07-09 01:00:05
열연 제조 공정 중 이동하는 슬라브의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한국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철강업계(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의 가격을 두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업종 특성상 후판의 가격이 인상된다면 시황 회복이 더딘 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과거부터 조선업계와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적자를 보면서 후판을 조선사에 공급해왔고, 최근에는 철광석 가격 급등과 코로나19 여파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4주차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2.48달러다. 올해 2월 가격(톤당 86.5달러)과 비교해보면 5개월 만에 20% 가까이 급등한 값이다.

이는 주요 철광석 수출국에서 조업 차질이 발생한 결과다. 주요 수출국인 브라질(26.9%)과 호주(47.5%) 등에서는 올해 코로나의 확산과 태풍과 화재 등 천재지변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 전 세계 철광석 최대 구매국 중국은 코로나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노후 주거단지 재건축 등의 경기 부양 사업을 진행했고 중국의 철광석 수요는 급증한 상태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글로벌 철광석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한국 철강사들은 생산원가 부담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꺾이지 않는 코로나의 확산세도 문제다. 3분기(7~9월) 역시 세계 1, 2위 철강 수입국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철강 수요가 코로나 여파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아시아를 비롯한 타 권역 수요도 비슷할 것이라는 업계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후판가 인상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으로 인해 이익 폭이 감소함에 따라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격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가 인상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3사 모두 지난해 수주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고, 올해 호재로 거론된 카타르발 수요는 최소 2년 이상 지나야 실질적으로 영업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해 경영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반기 선박 발주량은 2018년 1820만CGT, 지난해 1379만CGT, 올해 575만CGT로 올 상반기는 201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여파로 인해 선주사들의 시황 관망세가 이어진 결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호재로 거론된 카타르발 수요는 최소 2년 이상 지나야 영업익에 반영될 것”이라며 “상반기 선박 발주량이 세계 최저 신기록을 세우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의 특성상 원가 인상분 반영은 어렵다”며 “시황 회복이 더딘 상태에 가격 인상은 큰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조선업계는 장기불황에서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탓에 물러설 자리가 없고, 철강업계 역시 코로나에 따른 세계적인 철강 시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양측의 상황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양 업계가 견해차를 좁히고 합의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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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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