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생존에 최적화된 인물이 좀비영화에서 꼭 살아남는 건 아니다. 그만큼 좀비의 세계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고 갖춰야 할 덕목도 다양하다. 그렇다고 넋 놓고 당할 순 없다. ‘나라면 저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상상하며 보는 건 좀비영화 관람의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빛과 소리에 민감한 K좀비와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들이 지배하는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15일 개봉하는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는 영화 ‘부산행’ 이후의 한국을 상상하며 시작된 작품이다. ‘부산행’으로부터 4년 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반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반도’ 세계관에서 필요한 생존능력은 현실 세계에서도 유용한 것들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더라도 이력서에 한 줄 보탠다는 마음으로 유사시 ‘반도’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 역시 외국어는 필수
좀비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사방이 막혔어도 탈출의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원하는 것이 그곳에 있다면 신이 버린 땅도 찾아 들어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은 바깥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정석 일행이 ‘반도’에서 바깥세상과 연락하는 수단은 위성전화다. 물론 반도 밖 사람들은 한국어를 쓰지 않는다. 대부분 영어를 쓰고 국가나 인종에 따라 중국어 정도가 통한다. 운이 좋아서 위성전화나 무전기를 얻더라도 소통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구조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내가 여기 있다고 알리기 위해선 평소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지금이라도 운전면허를
4년 전보다는 힘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K좀비의 성격은 여전히 급하고 달리기는 빠르다. 좀비의 습격을 효과적으로 따돌리기 위해서는 자동차만 한 것이 없다. 거리에 멈춰진 자동차가 많아도 작동법을 모르면 운전석에 앉아서 당황하다가 잡힐 수도 있으니, 미리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어떨까. 덤으로 미니카를 조종하는 취미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뛰어난 운전 실력을 보여주는 준이(이레)를 보면 ‘반도’ 세계관에서 운전은 면허가 아닌 담력과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폐허가 아닌 정상의 ‘반도’인 만큼, 적법하게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비록 그 면허가 다시 장롱으로 들어갈지언정, 재난이 닥칠 때 ‘나는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공허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기
매일매일 전화영어를 통해 어느 정도 영어 실력도 갖췄고, 운전면허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자격증을 준비했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습관처럼 보내는 구조 신호에 대한 응답이 없다면 지쳐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반도’는 폐허가 된 땅에서도 야만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신이 포기했더라도, 그런 의심이 들더라도 우리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진부하고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영화 속 ‘반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현실의 ‘반도’에 발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아니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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