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힘 센 공직자’ 박원순의 사망에 분분한 정치권... 이해찬 “XX 자식” → “사과한다”

[여의도 고구말] ‘힘 센 공직자’ 박원순의 사망에 분분한 정치권... 이해찬 “XX 자식” → “사과한다”

기사승인 2020-07-15 05:02:52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 시장이 실종 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는 범여권 정치인들이 발걸음했다. 반면 범야권 인사들은 고인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에 조문을 취소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고인의 장례 기간에는 박 시장에게 고소를 제기한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하고 논란이 되는 발언이 쏟아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故 박 시장의 장례절차가 13일 오전 발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가 10일 故 박원순 서울 시장 사망 소식을 이같이 전했다. NYT는 박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가장 공격적인 지도자이자 한국 최초 성희롱 사건에서 승소한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박 시장은 1993년 우리나라 최초 성희롱 관련 소송인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을 변호를 맡아 승소를 이끌어 낸 이름난 인권 변호사였다. 이후 ‘국회의원 낙천·낙선 운동’, ‘사법개혁운동’ 등 굵직한 시민운동을 주도했다. 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정치인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3연임 서울 시장을 역임하며 반값등록금·청년임대주택 등을 추진해 사회 혁신을 선도하기도 했다.

“최소한 가릴 게 있다. XX 자식 같으니라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0일 박 시장의 빈소에서 고인에 대한 의혹 대응 계획을 묻는 취재 기자를 향해 이런 혼잣말을 했다. 이후 질문이 들린 방향을 약 3초간 째려본 뒤 자리를 떴다. 

그간 민주당은 “최소한의 장례 기간은 지켜야 한다”며 추모 분위기에 집중했지만 박 시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되고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이 열리자 곧바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메시지를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대독하는 방식으로 발표된 입장문에서는 ‘피해호소 여성’, ‘서울시정 공백’ 등을 언급하며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XX 자식’ 발언에 대한 이해찬 대표의 직접적인 사과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나를 포함해 운동권, 우리도 어느새 잡놈이 됐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1일 페이스북에 운동권 출신 세력을 향한 비판의 글을 작성했다. 박 시장을 비롯한 이른바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세대 운동권 정치인들의 잇따른 논란에 이같은 실망감을 표현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운동이 ‘경력’이 되고 ‘권력’이 된 지금, 과거에 무슨 위대한 일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 보상을 요구하지 말라”며 “‘명예’를 버린 건 당신들 자신이다. 자신들이 내다버린 명예, 되돌려달라고 사회에 요구하지 말라. 그렇게 숭고하고 거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에 연대를 표했다. 류 의원은 영화 ‘굿 윌 헌팅’의 대사를 인용,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볼 수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전한다”라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내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박 시장의 죽음은 고소인 때문”이라는 등 원색적 비난 공세가 이어지자 법안 마련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이에 미래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 범죄 처벌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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