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A씨의 새벽은 어땠을까요. 상사가 저지른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라는 점, 그 상사가 영향력이 막강한 서울시장이라는 점, 하필 그 서울시장이 여성인권을 위해 일한 인물이었다는 점 모두 A씨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A씨는 어려운 마음을 먹었습니다. A씨가 말한 대로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겠죠. 그가 원한 삶은 시작됐을까요. 적어도 지금은 아닙니다. 정치권에서는 상대를 아직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될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쓰고,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A씨 조롱하는 글을 SNS에 올립니다. 끔찍한 시간은 여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이가 A씨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피해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용기에 지지를 보내는 것 또한 사회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런 연대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죽음은 사건을 책임을 지는 행위가 아니라는 상식, 생전 지대한 공이 있었더라도 성추행은 면죄 받을 수 없는 범죄라는 상식, 고인 추모보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상식 말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나오는 용기는 어쩌면 또 다른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늘도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울 많은 피해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우리는 그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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