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4일과 6일, 7일 사흘간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의원이 28.8%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렸다. 뒤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0%를 기록하며 바짝 쫓았고 김부겸 전 의원은 3.3%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이 지사의 대선 가도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 환송’ 선고에 따라 날개가 달렸다. 대법원이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리자 사법적 족쇄로 대권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해소된 것.
이와 함께 이 지사가 기본소득 도입 등 경기도 역점 사업에 집중하게 되면서 대선후보 입지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이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 초반인 2월부터 ‘재난지원금 도입’, ‘신천지 강경 대응’ 등 국민 정서와 부합한 조치로 큰 호응을 얻으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왔다.
범여권 대선주자 3위를 달리는 김부겸 전 의원은 민주당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지며 거침없는 대권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고(故) 박원순 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태로 내년 4월 서울·부산의 재보궐 선거가 예고되자 후보자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이 영남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그는 보수 텃밭이던 대구 지역에서 20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역주의 타파와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4일 울산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는 “영남 300만 표를 책임지겠다”라며 영남 표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이낙연 의원은 앞선 두 인사와 달리 잇단 지지율 내림세로 ‘압도적 대권 주자’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 분향소에서 유가족과의 대화가 논란이 되고 “남자는 엄마 되는 경험이 없어 철이 없다”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는 등 악재가 계속됐다.
2개월째 10% 이상 지지율이 떨어지며 ‘총리효과’가 빠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도·보수진영의 지지가 공고하지 않아 이들의 지지철회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큰 변수로 꼽힌다. 당 대표로 선출될 시 당내 지지기반이 확장되고 지도력·정치력을 검증할 기회가 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양상에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의원을 압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김부겸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을 천명한 만큼 대선 주자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법원의 판결로 어쩌면 이낙연 의원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국민적 지지가 이재명 지사에게 쏟아질 수 있다”라며 “‘지나치게 신중하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라는 이 의원의 단점을 이 지사가 커버하고 있다. 한두 달 안에 이 지사가 이 의원의 지지율을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부겸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된다면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고, 냉정하게 봤을 때 정치적 동력이 상당 부분 소멸한 상태”라며 “대선 레이스에 참가할 순 있겠지만 의미 있는 성과나 지지세를 모으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이 지사는 ‘뭔가 불안하다’라는 평을 받곤 했는데 이번 판결로 그런 생각이 씻겨 내려갔다”라며 “민주당 외부 유권자들의 표가 이 지사에게 가면서 이 의원의 버금가는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에게도 나쁠 게 없는 구도로 견제, 균형 그리고 긴장이 여권에 활력소를 넣어줄 것”이라며 “김 전 의원은 빈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2년 임기’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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