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가 곧 경쟁력”…‘에그슬럿·섬머레디백’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희소’가 곧 경쟁력”…‘에그슬럿·섬머레디백’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기사승인 2020-07-22 01:05:10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20일 방문한 서울시 강남구 에그슬럿 코엑스점 앞에는 샌드위치를 맛보기 위해 300여명의 고객이 줄을 서 있다.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아직도 줄 서 있네. 우리 날 잡고 다음에 오자”, “여기가 뭔데 사람이 이렇게 많아?”

지난 20일 오후 2시께 방문한 미국 샌드위치 전문점 ‘에그슬럿’(eggslut) 코엑스점. 계속되는 삼복더위에도 매장 앞에는 30여명 남짓한 고객들이 줄을 서는 장관이 펼쳐졌다. 무심코 매장 앞을 지나던 행인들도 길게 늘어선 줄 탓에 관심을 보였다.

에그슬럿 샌드위치를 맛보기 위해 이날 이른 오전부터 충북 청주시에서 상경했다는 학생 노모(25·여)씨는 “SNS에서 에그슬럿 인증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고 궁금해 청주에서 강남까지 왔다”며 “먹으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SNS에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희소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최근 뜨겁다. 지난 10일 문을 연 에그슬럿 코엑스점은 국내에서 미국 캘리니아 본토 에그슬럿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매장이다. SPC삼립이 국내에 론칭하면서 국내 고객들도 미국 샌드위치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코엑스점을 포함해 에그슬럿 매장은 전 세계 9곳에 불과하다.

희소가치에 에그슬럿 인기도 대단하다. 매장 오픈 12일 만에(21일 기준) 소셜 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에는 에그슬럿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1만4000건 이상 게재됐다. 이날 매장 앞에서 30분째 대기 중이라던 직장인 권모(32)씨는 “에그슬럿에서 식사했다는 지인의 SNS 포스팅을 보고 에그슬럿이라는 미국 샌드위치가 인기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근처에 들른 김에 생각이 나 호기심에 방문했다. 식사 후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에그슬럿에서 식사를 마친 후 매장을 나온 금모(55·여)씨는 “딸과 함께 코엑스에 들렀다가 인기있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는 소식에 매장을 방문하게 됐다”며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아무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쉽게 먹기 어려운 샌드위치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슬쩍 성취감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화면 캡처. 지난 17일 스타벅스 섬머레디백 정보 공유 채팅방에 모인 이들이 각 스타벅스 지점별 재고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일명 ‘희소 마케팅’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사은품 ‘섬머레디백’은 소비자들의 밤잠도 설치게 만들었다. 섬머레디백은 스타벅스의 사은품이다. 지난 5월2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미션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마신 고객에게 스타벅스는 사은품을 제공한다.

사은품 중 하나인 섬머레디백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조건을 충족해도 한정된 수량 때문에 섬머레디백이 금방 동이 났기 때문이다. 섬머레디백 증정 행사가 종료되는 17일까지 고객들의 쟁취하기 위한 노력은 치열했는데, 동이 트기 전부터 스타벅스 매장 앞에 텐트를 치는 것은 기본, 이불과 모기약을 들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사은품 재고가 여유 있는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고객 간 눈치싸움이 계속됐다. 급기야 스타벅스 섬머레디백 구매 정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까지 생겨났다. 17일 스타벅스 섬머레디백 받기에 성공했다는 직장인 지모(27)씨는 “서울 지역 섬머레디백 재고 상황 공유 채팅방의 정보가 가방을 받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이 방에서는 실시간 매장 재고가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 결과 화면 캡처. 오픈채팅 검색창에 '섬머레디백'을 검색하면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나선 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불티나는 인기에 급기야 구매대행 서비스도 등장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섬머레이디백을 검색하면 구매대행을 해준다는 채팅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용은 우체국 택배비, 박스 구입비,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2만5000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전문가는 희소가치 마케팅이 시장에서 곧 경쟁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주체로 자리잡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소비 특성은 개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SNS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짙어졌다. 수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SNS에서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같은 추세에 기업 마케팅도 활로를 변경했다. 이 교수는 “SNS 이슈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소비자가 알아서 홍보를 해주는 시대가 됐다”며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제품을 한정 제품으로 선보여 부족하다는 이슈 자체가 마케팅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TV광고가 주를 이루던 매스마케팅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며 “SNS 마이크로 마케팅 시대가 도래하면서 SNS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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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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