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현실에 기반한 가상 시나리오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3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은 전작과 같은 문제의식 공유한다. 1편이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전개됐다면, 2편은 보다 현실적인 접근으로 차별점을 보여준다. 현재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압축한 대사와 상황들은 흥미롭고 쉽게 몰입된다. 하지만 일종의 안보 교육 교재가 되어버린 영화가 관객들에게 편하게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강철비2’는 북한의 비핵화가 결실을 맺기 직전의 상황에서 출발한다. 북한 원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만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은 내부적인 정치 상황을 이유로 미국에서 협정을 맺길 요청한다. 그 순간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스무트 대통령과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한 위원장 조선사(유연석)를 핵잠수함 백두호로 납치한다.
‘강철비’는 북한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치명상을 입은 위원장이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북핵의 주도권을 남한이 갖게 된다는 영화적인 가상 시나리오로 눈길을 끌었지만, 갑작스러운 한국의 핵무장 방안으로 의아함을 자아냈다. ‘강철비2’는 또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남북문제의 미래를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강철비’ 시리즈의 정체성을 완성했다. 남·북·미 세 정상의 캐릭터와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실제 상황보다 하나의 상징으로 읽힌다. 남한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지 못한 답답한 상황은 설득력을 높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핵잠수함에 갇히는 순간부터 ‘강철비2’는 하나의 우화처럼 그려진다. 비현실적이어서가 아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정체성과 성격, 태도는 개인의 것이 아닌 각 국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현실 인물을 그대로 복사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스무트 대통령의 기행은 현재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를 떠올리게 하고, 스위스 유학을 다녀와 영어를 잘하는 젊은 북한 위원장을 보며 김정은 위원장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안보 상황을 흥미롭게 설명하기 위한 역할극은 블랙코미디를 잘 살려내지만, 작품과 적당한 거리를 두게 한다.
이는 핵잠수함 전투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백두호 부함장 장기석(신정근)을 제외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단순한 선택과 빈약한 논리는 정해진 순서처럼 전개된다. 뚜렷한 선악 구분도 명분도 없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잠수함 전투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에도 힘을 잃는다. 애국가를 부르고 싶어지는 뜬금없는 결말과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넣는 쿠키 영상은 관객들의 호불호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배우 신정근이 연기한 부함장의 캐릭터와 존재감이 유독 눈에 띈다. 모든 배우들이 호연을 보여주지만, 작품의 무게와 색깔이 강해 크게 돋보이진 못한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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