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중 3차 의료기관 진료가 적합한 환자는 32%에 불과한 만큼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 병상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낭비적 입원’이 꼽히고 있지만, 지역별로 적정규모의 종합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불균형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환자중심 의료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 종별 진료기능을 정의하고, 진료권을 세분화해 의료수요에 따라 적절한 의료전달체계를 공급해 지역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03년~201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은 3.8%로, OECD 국가 평균 0.7%보다 약 5.3배 높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6년 건강보험료 상한선(8%)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병상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낭비적 입원이다. 현재 인구 1000명당 병상수(급성기병원)는 6.2병상으로, OECD 평균 3.3병상보다 많다.
의료기관 종별 기능과 역할도 혼재된 상황이다. 3차급 의료기관에서 입원 중인 환자 중 3차 기관의 진료가 적합한 환자 비중은 31.7%에 불과하다. 46%는 2차 의료기관에, 22%는 지역병원 및 전문단과 적합한 환자다.
2차급 의료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당 유형 의료기관 진료가 적합한 입원 환자는 전체 42%에 불과하다.
대형병원 쏠림 및 2차병원 기능의 약화는 의료양극화와 낭비적 의료이용을 증가시키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병상 과잉에도 불구하고 적정규모의 종합병원이 부족해 의료이용(재입원비)과 건강결과(사망비) 격차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진료권을 세분화해 지역거점병원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수요에 따라 적절한 의료전달체계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는 높은 의료접근성과 좋은 건강결과를 보장함과 동시에 낭비적 지출을 감소할 수 있다”며 “우선 DGR중증도 점수를 이용해 의료기관 종별 적합도를 설정하고, 지역과 병원의 규모를 고려해 3차 병원 유형을 분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권에 따라 지역의 특성 및 의료자원의 공급량과 구조가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진료권별 적정 의료전달체계가 다를 수 있다”며 “또 몇몇 소지역은 1시간 내 거점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역병원이 필요한 취약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정규모의 종합병원이 없거나 부족하고 병상공급도 부족한 제천권, 남양주권(양평군), 파주시, 포천시 등 12개 중진료권에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거나 증축할 필요가 있다. 종합병원이 부족하지만 병상은 과잉된 논산권, 김해권, 통영권 등 8개 중진료권은 기존의 민간병원의 기능을 강화해 공익적으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지역거점병원 확충과 함께 국립대병원 협력체계 구축, 지역의사‧간호사 양성‧배치, 의료취약지 거점병원 300병상 규모로 신‧증축, 필수의료 제공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공공의료 질에 대한 국민 신뢰를 올리고, 만성적 적자-과잉진료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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