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ITC의 예비판결문 전문이 지난 6일 공개되자, 두 회사의 언쟁이 다시 시작됐다. 같은 판결문에서 각각 다른 내용을 강조하며 상이한 주장을 펴는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재판부가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두 회사의 보톡스 균주가 단일염기다형성(SNP)을 6개 공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예비판결문에 담겼다는 사실을 요점으로 꼽았다. SNP는 특정 균주가 가진 독특한 유전자(DNA) 지문이기 때문에 우연히 SNP를 상당부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조공정 독자개발 여부에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 역시 예비판결문에서 대웅제약이 제조공정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록물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DNA 분석만으로 균주 사이의 직접적인 유래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의 기술도용 정황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ITC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메디톡스에서 퇴사한 직원이 균주와 공정기술을 훔쳤거나, 이를 대웅제약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예비판결문에 명시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웅제약은 판결문 자체가 오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예비판결문에는 미국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수입을 막으려는 ITC 행정판사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간 다툼을 미국 ITC가 판단하는 상황이 애당초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메디톡스는 미국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기업 엘레간과 파트너십 관계다.
소송 당사자의 주장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모두 11월 예정된 최종판결에서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메디톡스 측은 예비판결이 이변 없이 확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예비판결이 미국의 국익을 대변한 결과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ITC 위원회에서 나온 최종판결은 6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행된다. 예비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ITC 위원회가 예비판결을 번복한 사례는 드물다. 미국 대통령이 최종판결 이행을 거부한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종판결은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ITC는 사법기관이 아닌, 대통령 직속의 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최종판결이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도 미국 국내로 한정된다. 그러나 ITC에서 나온 최종판결문을 우리나라 재판부가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국내에서도 기술도용 사안으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달 6일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4년간 공방을 벌였던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술도용 소송의 예비판결을 내고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최종판결을 내리는 ITC 위원회에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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