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덕에 증시 호황....증권사 약탈적 대출 금리, 왜 개선 안 되나

동학개미 덕에 증시 호황....증권사 약탈적 대출 금리, 왜 개선 안 되나

증권사, 조달금리·리스크 비용 등 고려하면 높은 수준 아냐
금융투자업계 “증권사 손해 전혀 없어...고객 약탈적 측면 강해”
금융위, 신용거래융자 금리산정 개선방안 마련

기사승인 2020-09-02 06:15:02
사진= 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신용거래융자가 16조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빚투(빚내서 투자)’ 과열에 증권사들도 이자 수익을톡톡히 보고 있다. 다만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증권사의 고금리 대출 이자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 신용거래 잔고는 16조2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사상 최초로 16조원을 넘어서는 등 ‘빚투(빚내서 투자)’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이같은 빚투 증가 속에 증권사들은 실적 향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주식매매 수수료 외에,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이 급증해서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평균 8%, 최고 11%에 달한다. 이에 증권사들이 ‘고금리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 자료= 금융투자협회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증권사들은 평균 2%대의 조달금리와 업무 원가, 리스크 관리 비용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증권사의 설명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가 ‘약탈적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는 높은 이자 수익을 내는 반면, 리스크는 고객이 모두 부담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에서 증권사가 손해를 보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담보금 설정도 하고, 담보로 잡은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매우 안전한 대출인데 이정도로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는 것은 고객 약탈적 측면이 강한 것이다. 보통 대출 금리가 높은 이유는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서인데 증권사가 무슨 리스크를 지는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증권사가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일은 거의 없다. 통상 고객들은 일정 수준의 증거금을 내고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다. 증권사는 이 주식을 담보로 잡는 방식이다. 만일 주가가 하락할 경우 증권사는 고객에게 추가로 증거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한다.

고객이 증거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에도 증권사가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로 주식을 처분,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만약 3일 연속으로 하한가를 맞는 등의 극히 특이한 경우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증권사가 손해를 볼 일이 안 생기는 셈이다. 만일 이같은 경우가 벌어지더라도 고객에게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

증권사의 리스크 부담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고금리 문제는 쉽게 바뀌지 않았던 부분이다. 다만 최근 증시에 개인투자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고율 이자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금융당국도 재차 지적에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증권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한다”며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 이후 금융위도 신용융자 금리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이달 중 증권업계와 함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신용거래융자 금리산정의 개선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입장을 내비친 이후 일부 증권사들은 금리를 소폭 인하하거나, 인하 검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28일부터 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9.0%에서 8.5%로 낮춘다. 대신증권도 오는 10일부터 다이렉트 계좌에 대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10.5%에서 8.5%으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당국이 개입하더라도 금리가 대폭 조정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업계에서도 대출 금리를 대폭 조정하기는 쉽지 않고, 조정의 명분도 크게 없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증권사 금리가 높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금리가 빚투를 자제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저금리로 해줄 테니 대출을 받아 적극적으로 빚내서 투자를 하라고 권장을 하기도 뭐하지 않는가”고 말했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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