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오! 문희’ 돌아가는 샛길도 매력적인 엇박자 논두렁 추적극

[쿡리뷰] ‘오! 문희’ 돌아가는 샛길도 매력적인 엇박자 논두렁 추적극

기사승인 2020-09-03 05:01:01
▲ 영화 '오! 문희'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물음표 대신 느낌표가 어울린다.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는 여러 번 길을 잃는다. 목적지도 잘 보이지 않는데 길까지 잃으니 언제 어떻게 도착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보지 못했던,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을 보여준다. 단번에 직진하는 법이 없는 엇박자 전개의 매력을 살려냈다.

‘오! 문희’는 똑 부러진 딸 보미(이진주)가 당한 뺑소니 사고의 범인을 두원(이희준)과 문희(나문희)가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억이 깜박깜박하는 엄니 문희(나문희)는 보미의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했지만, 명확한 증거를 말해주지 못한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불같은 성격의 두원은 이젠 딸까지 잡아먹는다며 문희를 내쫓으려한다. 가끔씩 정신이 돌아오는 문희의 기억과 증언에 의존해 두 사람은 조금씩 사고의 진상을 파헤쳐나간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오! 문희’는 근본적으로 가족 내 감정이 얽히는 신파의 요소를 갖고 있다. 갈등을 벌이다가 결말에 이르러 화해하는 구도가 눈에 선하다. ‘오! 문희’는 신파 요소를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수사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추적 장르 요소, 가족들의 캐릭터와 사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를 맨 앞에 내세운다.

▲ 영화 '오! 문희' 스틸컷

영화는 기존 한국영화의 관습을 따르는 걸 시종일관 경계한다. 죽으려고 목을 매는 문희를 쿨하게 대하는 오프닝부터 시작한 클리셰 깨기는 줄곧 이어지며 내용 전개를 방해한다. 사건이 진전을 보이려는 타이밍마다 헛발질을 하거나 근거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식이다. 관객의 신뢰 상실을 자초하는 이 같은 전개는 답답한 동시에 기대하지 않았던 다른 내용을 담아낸다. 두원이 근무하는 직장과 경찰서, 카센터 등 이들이 향하는 곳마다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며 농촌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이야기를 펼친다.

배우들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배우 나문희를 중심으로 이희준, 최원영, 박지영 등 베테랑 배우들의 내공이 없는 설득력마저 만들어낸다. 특히 나문희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희준의 존재감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2일 개봉. 12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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