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은 올해 5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 파크를 찾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은 것이 실패"라며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한 데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로 계열사 최고경영진을 한데 모아 사장단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 정기 인사를 앞두고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적쇄신 단행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장단 워크숍에 앞서 실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교체한 바 있다.
그룹에 37년간 몸담은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대규모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는데, 일각은 한 전 부회장 퇴임 배경에 구 회장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올해로 취임 2년 차인 구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들을 이끄는 확고한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사장단 워크숍을 이달 중 열고 경영전략을 논의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LG인화원이 수도권 생활 병실로 사용되고 있는데 회의 장소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처음으로 계열사 CEO 30여명을 한데 모아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당시 권영수 (주)LG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그룹 핵심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올해 워크숍은 구 회장의 '책임'과 '성과'에 무게를 둔 '경영 철학'이 확고해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취임 첫해에는 세대교체보다 조직안정에 무게를 뒀다면 지난해에는 그룹 전체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세대교체형 인사를 단행했고, 올해는 LG의 체질변화를 위한 본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는 지난해부터 차별화한 경영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존을 위해 소송전도 불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과감히 변화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원만한 합의를 중시했던 과거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재계는 LG가 '인화'에서 '독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구광모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올해 정기 인사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6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는 LG디스플레이와 코로나19에도 가전을 주축으로 실적 선방을 하는 LG전자의 발목을 잡는 MC(스마트폰)사업본부와 VS(전장)사업본부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OLED 대세화 전략이 시장에 먹히면서 올 3분기 실적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연말 칼바람 인사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전략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사장단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위기에 강한 기업을 당부한 바 있다.
당시 구 회장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할 유연함이 필요하다"며" 미래 준비를 위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생존에 필요한 체력을 미리 다져 위기에 강한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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