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예능도 한 번 쎄리박? [노는 박세리 ①]

박세리, 예능도 한 번 쎄리박? [노는 박세리 ①]

기사승인 2020-09-05 08:00:18
▲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박세리. 한국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한 전 프로골퍼. IMF 외환위기 당시 경기 중 위기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겨내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위로를 전해준 영웅. 현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 사업가. 그리고 요즘 예능에서 가장 잘 노는 언니.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는 상록수의 장엄한 첫 소절과 함께 기억되는 전설적인 존재가 다시 화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제 그의 무대는 공익광고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다. 최근 박세리는 방송서 지금껏 해보지 않은 것들에 도전하는 중이다. 분투와 승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방법은 달라졌지만, 지켜보는 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준다는 것만큼은 같다.

박세리의 예능 출연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SBS ‘아빠를 부탁해’에 아버지 박준철 씨와 함께 출연했고, 2017년 SBS ‘정글의 법칙’ 쿡 아일랜드 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유명 골프선수로서 이벤트성에 가까운 활동이었다.

예능인으로서 가능성을 보인 것은 지난 5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박세리는 ‘나 혼자 산다’에서 직접 설계와 인테리어에 참여한 저택에서 혼자 사는 모습을 공개한 이후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입이 벌어지도록 고급스러운 집에서 박세리는 거침없이 직이며 여유로운 태도와 솔직한 입담을 자랑했다. 애주가인 그가 남다르게 마련한 ‘쎄리바’를 보며 방송인 박나래가 “부자언니, 리치언니”라는 말을 감탄사처럼 내뱉은 것이 박세리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E채널 ‘노는 언니’

‘리치언니’는 빠르게 방송에 적응하는 한편, 새로운 ‘룰’로 새로운 판을 열고 있다. 그간 운동선수 출신 남성 방송인들이 여럿 나온 것에 비교해, 여성 선수들의 방송 활동이 적었던 것을 떠올린다면 박세리의 예능 활약은 그 자체만으로 반가운 일이다. 누군가에겐 일상적인 경험이 한 분야에 집중해온 사람에겐 새로운 일이 될 수 있고, 즐거움을 찾는 도전은 성별이나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박세리가 고정 출연 중인 E채널 ‘노는 언니’는 여성 운동선수들만 출연하는 단체 버라이어티다. 국내에서 여성 운동선수들만 모아 출연자를 꾸린 것은 이 프로그램이 처음이다. 이 방송에선 박세리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그간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함께 체험하며 웃는다. 박세리는 방송에서 연장자로서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인생 한 번 쎄리박’도 비슷하다. 지난달 시작한 웹예능 ‘인생 한 번 쎄리박’은 박세리가 은퇴 후 새로운 취미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내용이다. 이 콘텐츠에서 박세리는 지금껏 런닝 동호회, 베이킹 클래스, 댄스 강의 등에 참여했다. 매회 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등장하는 박세리는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에 진지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른 참가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이어간다. 자신이 춤추는 모습에 제작진이 웃자 제작진을 카메라 앞에 소환해 춤을 추게 하는 등 뛰어난 예능 감각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 여성 골프계에서 박세리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박세리를 보고 골프에 입문한 어린 선수들을  ‘박세리 키즈’라고 지칭했을 정도다. 앞서가는 이는 뒤이어 가는 이에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박세리는 ‘노는 언니’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을 결정한 이유로 “여자 선수들은 왜 (예능에서) 노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면서 “운동선수로만, 특히 여자들로만 구성된 게 특별하고 취지가 좋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방송인으로 이제 막 출발한 박세리는 다시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될 길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박세리가 더 재미있게 놀길 바라는 이유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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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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