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도둑질” VS “말 안되는 소리”…극단 치닫는 LG·SK 배터리 전쟁

“기술 도둑질” VS “말 안되는 소리”…극단 치닫는 LG·SK 배터리 전쟁

LG·SK 배터리 소송전...‘합의’ 난항 예고

기사승인 2020-09-07 13:45:47
▲LG화학 직원들이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자사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핵심 인력과 기술 유출 등의 침해 여부를 두고 큰 갈등을 빚던 양사 소송전이 해를 거듭하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공식입장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 측이 LG화학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특허로 등록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했다”며 “또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3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LG화학이 자사의 ‘994특허(US10,121,994)를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특허는 자동차전지 파우치형 배터리셀 구조 관련 특허다. 해당 소송의 예비결정 및 최종결정 일정은 미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침해를 주장한 994특허는 출원 이전에 LG화학이 보유하고 있었던 선행기술이라는 게 LG화학 측 주장이다.

LG화학은 앞서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출원한 2015년 6월 이전에 이미 해당 기술을 탑재한 자사의 A7배터리 셀을 크라이슬러에 여러 차례 판매했다.

2013년 5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에 LG화학 A7배터리 채택했고, 같은 해 12월 LG화학은 크라이슬러에 A7배터리를 판매했다. 이후 2015년 6월 SK이노베이션이 994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남의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자사의 특허로 등록하고 역으로 침해소송까지 제기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 정황이 나왔다”며 “이것이 마치 협상 우위를 위한 압박용 카드이고 여론을 오도한다는 경쟁사의 근거 없는 주장에 사안의 심각성과 정확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특허소송에서도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고의적인 증거 인멸 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며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 등으로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다. ITC에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도 비판했다. 회사는 “특허소송이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시점부터 증거보존 의무를 준수해야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제기한 지난해 9월 전후 계속적으로 핵심 증거들을 인멸하는 행위를 지속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소송 시작 두 달 후인 지난해 11월까지도 ‘팀룸’ 휴지통의 30일 자동삭제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았다. 이로 인해 수천 개의 파일이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와 ‘994특허에 직결되는 ‘Creative Idea’에 대해 논의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삭제된 것이 밝혀지고 복원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파일은 SK이노베이션의 팀룸에 복사본이 남아있었다”며 “이 복사본이 SK이노베이션의 사내 변호사에게 이메일로 전달되기까지 했으나 ITC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포렌식을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을 마무리하며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소송에 대한 주장도 장외 여론전이 아닌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양사가 충실하게 소명해 나갔으면 한다”며 “억지주장을 누가 하고 있는지는 소송 결과가 말해줄 것이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핵심기술 탈취로 소송이 시작된 직후부터 사익을 위해 국익을 운운하는 일은 이제 그만 멈춰야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배터리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6일 “최근 994특허 소송을 갖고 LG가 주장한 내용은 근거 없는 왜곡과 비방으로 가득차 있다”며 “SK 입장에서 만일 A7이 선행기술이라면, 그리고 이를 알았다면 특허제도상 향후 무효가 될 게 확실한 특허를 출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출시된 경쟁사의 제품에 적용된 기술을, 무효가 될 특허를 출원할 바보는 없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는 소송이 제기된 후 2개월이 지난 후 제출한 첫 번째 서면에서 100여개의 특허를 나열하며 선행기술이라 주장했지만, 거기에는 A7이라는 제품이 들어 있지도 않았다”며 “LG는 특허소송 제기 전에는 A7 제품을 SK의 특허에 항변하기 위한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LG는 알지도 못했던 기술을 자기 기술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LG가 제시한 몇 가지 문서가 특허와 관련이 없다는 점도 해명했다.

SK 측은 “SK가 LG의 기술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인용한 문서들은 특허관련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며 “이 문서들에는 특허 기술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없다. LG가 내용상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서의 작성일자만을 인용하며 마치 관련이 있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한다”고 강조했다.

또 LG의 증거인멸 주장은 거짓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SK는 “미국 ITC의 영업비밀 소송에서 SK가 문서삭제를 했다는 이유로 예비판정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ITC는 5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예비판정의 전면재검토(Review in its entirety)를 결정하면서 양 당사자에게 지워진 문서 중 어떤 문서가 영업비밀이나 LG의 손해와 관련된 문서라는 것인지 설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ITC가 이번 결정을 통해 이 분쟁과 관련된 증거가 실제로 삭제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명한 것이라는 게 SK 측 설명이다.

이어 “LG는 예비판정 후에 모든 소송에서 오로지 문서삭제로 시비를 걸 것이 없는지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LG가 삭제된 후 복원됐다고 주장하는 여러 문서의 원본은 LG의 주장과 달리 삭제되지 않고 보존 중이었다. LG는 SK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꼬투리잡기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SK 측은 “LG가 삭제됐다고 주장한 핵심 증거 문서들은 모두 소송절차상 법원의 명령에 따라 보존중이고, 나아가 그 파일들은 내용상 ‘994 특허와 관련도 없다”며 “LG가 억지로 주장하는 증거인멸은 정직한 소송행위라기보다는 특허권자인 SK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소송과 소송 밖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G의 아니면 말고식 소송에 SK는 물론이며,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어려운 국민들께서도 많이 힘들어 할 것”이라며 “SK는 LG를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한편 양사 갈등은 LG화학이 지난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양사간 소송전은 올해 초 ITC 행정판사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Default Judgment) 예비결정을 내리면서 LG화학이 사실상 승기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ITC위원회가 올해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결정에서 예비결정을 그대로 유지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ITC통계자료에 따르면 영업비밀침해소송의 경우 ITC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이 ITC위원회의 최종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이번 영업비밀 소송에서도 ITC위원회가 예비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현재 ITC위원회의 최종결정까지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 양사간 합의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종결된 ITC 소송 42건 중 33% 이상이 당사자간 합의(Settlement)에 의해 종결됐다.

패소할 경우 미국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양측 모두 압박감을 느끼고 합의를 모색하기 때문이다. 첨예한 양사 간 갈등에도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합의를 둘러싼 양사간 이견이 크다”며 “배상 액수에서 합의가 불가할 정도다. 최종 협상까지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표=쿠키뉴스DB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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