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닝머신이 부른 질환, 족저근막염
#글//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날 아침부터 발바닥에 찌릿한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동을 너무 무리해서 했나' 생각하고 방치한 뒤 며칠이 지나자 A씨는 아침에 발을 내딛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하고 수소문 끝에 발질환 전문 정형외과를 찾았다. 그 결과 A씨의 발 문제는 족저근막염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족저근막은 우리의 걸음걸이와 관련이 깊다. 발꿈치뼈(종골)와 발가락뼈를 이어주는 부채꼴 모양의 막을 족저근막이라고 부르는데 이 막이 우리 발바닥에 아치를 만들면서 충격을 흡수한다.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하는 부위다. 그러나 우리의 체중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오래 서있거나 자주 걷거나 달리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경우 족저근막에 계속적인 압력이 가해지면 미세한 상처가 된다. 이 상처는 족저근막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A씨의 경우는 일반적인 족저근막염과는 조금 다른 경우다. 앞서 언급했듯 족저근막염은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하는 판매직이나 자주 뛰어야 하는 운동선수 등 '직업병적'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A씨에게 족저근막염이 생긴 이유는 러닝머신 위에서의 잘못된 자세 때문이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반대로 건강을 해치게 된 것이다.
러닝머신에서의 달리기는 평지와 다르다. 움직이는 판 위를 뛰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예상했던 속도와 러닝머신의 속도가 다를 때, 러닝머신에 휩쓸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한 켠에 있을 때 일상적인 걸음걸이와 다른 자세가 나올 수 있다. 만약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할 때 유독 쿵쿵 소리가 난다면 잘못된 자세로 달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러닝머신의 진동도 족저근막에 좋지 않다. 기계로 움직이는 러닝머시는 특성상 미세한 진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미세진동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무릎과 발바닥에 부담이 갈 수 있다.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는 뒤꿈치로 착지하고 발 앞 끝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염두에 둬야 발바닥과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 이런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힘을 적게 들일 수 있고 뒤꿈치가 안정적으로 버텨줄 수도 있다.
이미 족저근막염이 생겼을 때 역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80% 이상 약물 및 물치치료러 개선이 가능하지만, 통증을 그대로 놔둔 채 방치하게 되면 수술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말하자면 호미로 막을 것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발에 문제가 생기면 방치하지 말고 곧바로 정형외과를 방문,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대책을 강수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