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도망친 여자’ 평화롭고 사소한 일상에 던져진 작은 돌

[쿡리뷰] ‘도망친 여자’ 평화롭고 사소한 일상에 던져진 작은 돌

기사승인 2020-09-10 00:51:01
▲ 영화 '도망친 여자'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잔물결 하나 없이 평온한 호수에 돌 하나가 던져졌다. 타인의 만남과 대화를 가만히 관찰하는 형식의 ‘도망친 여자’는 그 안에 담긴 뉘앙스와 정서, 조금씩 움직이는 무언가를 찾는 보물찾기 같은 영화다. 영화가 담아내는 평범한 일상의 테두리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도망친 여자'(감독 홍상수)는 결혼 후 5년 동안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는 감희(김민희)가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이혼한 영순(서영화)과는 고기와 술을 나눠먹고, 큰돈을 모은 수영(송선미)과는 과거 놀았던 이야기를 나눈다. 우연히 만난 우진(김새벽)은 감희를 찾아가 자신의 과거 잘못을 털어놓고 사과한다.

영화 ‘도망친 여자’는 오랜만에 만난 여성들의 사소한 대화로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채웠다. 카페 옆 테이블의 대화를 엿듣는 것처럼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눈에 띄는 사건이나 차별점이 잘 파악되지 않는다. 주인공 감희가 중심에서 자리를 지키고 상대가 한명씩 바뀌면서 영화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고, 의미를 찾아내면 그 순간 의미가 생긴다.

▲ 영화 '도망친 여자' 스틸컷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 영화이자, 그가 배우 김민희와 함께한 일곱 번째 작품이다. 홍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부쿠레슈티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추가 수상을 노리고 있다.

감독의 영화적 세계관이 앞으로 나아가며 호평 받는 것과 반대로 일부 관객들에겐 감독과 배우 개인사의 연장선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감희의 태도와 말이 실제 그의 삶과 계속해서 공명하는 것처럼 느껴지듯, ‘도망친 여자’를 보는 관객의 관점도 현실과 영화를 오갈 수 있다.

오는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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