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암환자들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80%로 확대됐지만 연간 2000명 이상의 폐암 환자들이 비싼 약값을 부담하지 못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 기금을 만들어서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의 치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이종성 의원은 한국폐암환우회와 함께 개최한 온라인토론회 ‘암환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비급여 중증암환자 고통분담을 위한 암관리기금 도입 논의)’에서 암관리기금 설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앞서 암관리기금을 설치하도록 하는 ‘암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6일 대표발의 했다.
그에 따르면,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약 23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암 치료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합리적인 비용을 자랑하지만 최근 혁신적 신약들이 제대로 급여되지 못하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폐암 환자들의 개 구충제 복용 사건도 비용부담으로 파생된 문제”라면서 “접근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책무이고,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에 부합하는 치료적 안전망을 갖추는 것은 보건정책의 핵심적 지향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제약사가 재정을 이유로 항암제 급여화를 두고 수년째 줄다리기 하는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행 ‘암관리법’을 개정해서 ‘암관리기금’을 신설하고, 암치료 지원, 연구사업 수행, 건강보험 급여화 지원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건주 폐암환우회장도 “연간 2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써보지도 못하고 사망하고 있다”면서 면역항암치료를 위한 기금을 신설해 환자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각종 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이 70% 정도이나 폐암은 아직도 10%가 되지 않는다. 4기에 진단 받는 환자가 50%를 넘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면역항암제가 가장 효과적 치료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보험당국은 재정을 이유로 급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는 진단과 동시에 사용할 때, 그 효과가 배가 된다. 즉,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면서 “여명이 길어야 1년이라는 선고를 받고도 이렇게 4년 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임상을 통해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제로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CT, 추나요법 같은 일반국민대상 보험혜택은 빠르게 급여화된 반면, 폐암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제 급여화는 2년 넘도록 협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 환자들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메디컬푸어로 전락하거나,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겪어야 하는 항암치료제를 쓰고 있다. 그렇게 하고도 연간 2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써 보지도 못하고 사망한다”며 “정부의 급여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세를 인상하면서 발생한 기금을 면역항암치료를 위한 폐암 치료비로 전용하거나 다른 기금을 신설해서라도 죽어가는 환우들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암환자들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80%정도다. 보건복지부는 암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기 위해 2003년 암관리법을 제정하고 3차에 걸친 암관리종합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있다. 이에 암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4년 약 50%에서 2018년 80%까지 확대됐고, 암 발생률도 인구 10만명 당 264명 수준으로, OECD 평균인 300명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어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해결이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암 치료 및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충분히 듣고 반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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