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올 추석 고향엔 마음만' 귀성 대신 추캉스

[가봤더니] '올 추석 고향엔 마음만' 귀성 대신 추캉스

연휴 첫날 추캉스 행렬 '방역 수칙, 지켜주실거죠?'

기사승인 2020-10-01 05:00:23
- 비대면 명절 분위기 틈타 고향 방문 대신 ‘추캉스객’ 증가
- 연휴 첫날, 고속도로는 나들이객과 귀성객 차량으로 하루종일 정체 
- 유명 리조트,호텔은 만실 
- 속초중앙시장, 설악산, 아바이마을 등 유명관광지 북적북적
- 지역 경제 반짝 특수
- 지자체 방역에 초비상

[속초=쿠키뉴스] 박태현 기자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기간,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척 방문을 자제하고 있지만, 오히려 방역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진 상황이다.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유명 관광지에 추캉스(추석+바캉스)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방면 일부 구간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를 빚고 있다.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라디오에서는 주요 고속도로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강원도 속초 주변 관광지 취재를 위해 잠시 들른 가평휴게소(양양 방향) 주차장은 이른 아침인데도 나들이객과 귀성객 차량으로 빼곡했다. 어렵게 목적지에 도착해도 관광지마다 주차공간이 없어 차에서 대기하거나 주차공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차량들도 보였다. 설악산과 대형 리조트, 시장 등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붐비는 탓에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연휴 기간을 포함해 오는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그간 전국적으로 실시해오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핵심 방역 조처들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향조차 못가는 연휴 기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은 잠시 휴가라도 다녀오겠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인지,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추캉스객’들의 발길이 여행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가평휴게소(양양방향) 주차장은 동해안으로 향하는 차량들로하루종일 붐볐다.

차량으로 이동 중 가평휴게소(양양방면)를 방문한 이용객들이 식음료를 구입하기 위해 몰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한국도로공사는 평소 명절 연휴기간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취지로 오는 2일까지 통행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행료 징수에도 연휴 첫날,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출퇴근길 교통정체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우 오는 4일까지 실내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만 허용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지친 시민들은 답답한 차내에서 벗어나 휴게소 한편에서 취식하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연휴 첫날인 30일 오후, 속초의  한 대형리조트로 투숙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리조트 내 골프장에서는 이용객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강원도 속초의 한 대형리조트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가족, 연인 단위의 여행객들이 배낭을 메거나 캐리어를 끌고 리조트 입구를 향하고 있다. 리조트 입구에 들어서자 오전부터 투숙객들이 입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속초 한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동해안의 대형 리조트와 호텔들은 연휴 전 예약이 거의 100% 완료됐다고 한다. 리조트 내의 골프장 또한 주차장만 봐도 여행객들이 붐비는 걸 알 수 있었다.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오후, 속초관광수산시장에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속초 아바이마을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속초 명물 갯배에 줄지어 탑승하고 있다.

강원도 속초 설악산 국립공원 매표소에 여행객들이 표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여행객들이 우비를 챙겨입고 설악산 국립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장에 케이블카를 탑승하기 위한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의  좁은 통로에는 인파에 떠밀려 다니는 여행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상관 없다는 듯 저마다 장을 보거나 먹거리를 찾아 몰려다니고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아바이 마을에서는 명물 ‘갯배’를 타기 위해 좁은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과 '생선구이전문점' 등 인근 맛집에도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속초 시 중앙로도 하루 종일 외지 차량으로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악산 국립공원 초입의 매표소 주변에도 간편한 복장의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이동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장에도 탑승을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관광지를 비롯해 거리나 상점, 숙박시설이 모처럼 여행객들로 붐비면서 예전의 관광도시 속초의 면모를 되 찾은 듯 보였다. 코로나 19 비상사태만 아니라면…

연휴 첫날인 30일 늦은 오후 속초 해수욕장 앞 주차장과 야영장에서 여행객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캠핑을 즐기고 있다. 

여행객들이 속초해수욕장 입구에 텐트를 설치한 뒤 불을 피우거나 가지고 온 음식을 취식하고 있다. 

폐장된 속초해수욕장에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게이트가 차단되어 있었지만, 속초 해수욕장 앞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면서 취식행위를 하거나 모여드는 여행객들로 인해 한 여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속초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계도할 방역 요원을 더 늘렸으며 좋겠다”라며 “연휴 지나고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날까 걱정”이라 말했다. 속초중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한 상인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모처럼 장사는 잘 되어 좋지만 수도권에 확진자가 많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솔직히 걱정도 된다 "고 밝혔다.
강원도는 지난 28일부터 2주동안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동해안 일대를 찾으면서 속초시를 비롯, 양양, 강릉 등 유명 관광지가 있는 지자체들은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담당 공무원들은 부족한 인력에 연휴에도 방역과 안전 수칙을 홍보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휴 첫날인 30일 저녁,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여행객들이 산책하고 있다.

속초 해수욕장 입구에 추석특별방역기간 안내문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이번 추석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8·15 광화문 집회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명절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을, 겨울의 일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휴 첫날, 속초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본 결과는 정부의 노력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앞으로 방역당국의 방침에 우리 모두가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따라 이번 추석에 못뵌 고향의 부모님을 내년 설에는 고향집에서 내려가 함께 웃음꽃을 피울지 결정될 것이다.  pth@kukinews.com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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