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마감한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신규 사업권 입찰에 단 한곳의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다. 마감 하루 전 참여 의사를 밝혔던 대기업 신세계면세점과 중견기업 그랜드면세점조차 가격 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입찰 때와 같이 참여 업체 수 부족으로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못한 것이다. 구역 당 최소 2곳 이상이 경쟁을 해야 입찰이 성립될 수 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 첫 번째 유찰사태를 거치며 여객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최소보장금(임대료) 없이 영업료만을 납부할 수 있도록 계약 조건을 완화하며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여전히 코로나19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아직까지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여행 수요가 언제쯤 회복될지 예상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해 여행 수요가 살아나려면 5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글로벌 여행제한이 올해 12월까지 이어질 경우 총 해외관광객이 지난해 대비 78%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근본적인 소비패턴의 변화로 공항 면세점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공사측은 이번 입찰에서 매출연동 임대료뿐만 아니라 최장 10년 사업 보장 등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시내 면세점의 따이공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 일반 소비자의 온라인 면세점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점 등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항 면세점의 입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4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으나 매출 비중을 따져보면,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 공항 면세점이 5대 3대 2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이 이용하는 시내 면세점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며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들 최근 온라인 구매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매출 비중이 공항 면세점보다 높다”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많게는 전체 매출의 30%가 온라인 면세점에서 나오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업체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철수하는 극단적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공항 면세점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거듭된 유찰 사태를 고려해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에 한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공사 측은 수의계약과, 재입찰을 비롯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공사 측이 임대료 부담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면세업체 관계자는 “여객 증감률에 따라 조정되는 최소 보장액이 여전히 높다”면서 “임차료 구조를 '매출액 대비 몇 퍼센트'로 정해 부담을 경감해 줬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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