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한 치도 분간하기 어려운 풀숲 너머의 존재는 인간일까 늑대일까. 아니면 인간도 늑대도 아닌 전혀 다른 존재일까. 지난 17일 방송을 시작한 OCN 주말극 ‘써치’는 현실적이지 않은 소재를 현실적인 질감으로 풀어내며,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성공했다. 최전방 비무장지대에서 군인들이 미지의 생명체에게 습격당해 실종된다는 설정이 제법 그럴싸하게 보이는 이유는 현실적인 질감을 품은 연출과 연기 덕분이다.
‘써치’는 OCN 시리즈물 브랜드인 드라마틱 시네마 네 번째 작품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장점을 모은 것이 특징이다. 앞선 드라마틱 시네마 작품에 영화 제작진이 다수 참여한 것처럼, 이번에도 영화 ‘시간 위의 집’ ‘무서운 이야기’의 임대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다수의 영화 대본을 작업한 구모 작가와 고명주 작가가 집필했다. 흔치 않은 밀리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비무장지대(DMZ)를 주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는 ‘써치’가 처음이다.
첫 회에서는 1997년과 현재의 DMZ를 오가며, 과거의 북한군 귀순 시도 사건과 지금 벌어지는 실종 사건이 연결돼 있음을 암시했다. 과거 귀순자들을 둘러싼 남북의 대치 사건을 다룬 후, 현재로 돌아와 실종된 군인을 찾기 위해 DMZ 수색 작전에 나선 용동진(장동윤) 병장과 손예림(정수정) 중위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어둠 속 풀숲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을 마주했다.
과거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이 북한 핵개발부대 연구위원이라는 점, 미지의 존재가 늑대와 비슷하다는 점 등은 이후 펼쳐질 미스터리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첫 편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단서들이 대거 등장해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함께 사건의 비밀을 파헤칠 손예림과 용동진이 과거 연인이었음이 드러나며 흥미를 더하기도 했다.
장동윤과 정수정의 연기는 합격점이다. 전작과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게 된 두 사람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밀리터리 스릴러에 현실감을 불어 넣었다. 특별출연한 연우진을 비롯해 출연진들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인 만큼, 아직 등장하지 않은 주요 인물들의 연기도 기대할 만하다. 아쉬운 것은 컴퓨터 그래픽(CG)이다. CG로 구현한 동물의 모습이 어색해 잘 쌓아 놓은 몰입이 일순간 깨지고 만다.
거대하고 복잡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막 수색에 나선 지금은 그렇다. 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결국 찾을 비밀의 실체를 시청자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적인 질감의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가 개연성의 바탕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 볼까
밀리터리, 스릴러, 미스터리, 국가의 음모, 생체실험, 미지의 존재… 이런 키워드의 드라마나 영화에 열광하는 시청자라면 채널 고정.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장동윤과 정수정을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도 권한다.
■ 말까
군 배경인 이야기를 보는 것은 재입대하는 기분이라 내키지 않는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자연스럽지 않은 CG를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비추천.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