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됨에 따라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가 열리면서 정 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라도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는 않았지만 2년 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 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17.3%)→모비스 ▲ 기아차(17.3%)→현대제철(5.8%)→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차 ▲ 현대차(4.9%)→글로비스(0.7%)→모비스(21.4%)→현대차 ▲ 현대차(6.9%)→현대제철(5.8%)→모비스(21.4%)→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당시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으로 나눈 뒤 모듈·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이후 오너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몽구·정의선→존속 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지배구조를 간소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동을 걸면서 이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2년 전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층 시장 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2018년 개편안 철회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입장문에서 "어떤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며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주와의 소통 강화, 미래차 경쟁력 강화, 주가 상승 등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환경이 이전보다 우호적인 만큼 경영진과 일반 주주의 신뢰 관계 강화가 향후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지배구조 안정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 회장이 2018년 추진했던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이다. 분할 회사를 별도 상장하고 일정기간 내에 평균 거래가격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면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합병 비율을 시장에 맡기기 때문에 주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현대차와 모비스를 각각 존속과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존속회사는 존속회사끼리, 사업회사는 사업회사끼리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이후 현대차·모비스 존속회사가 현대차·모비스 사업회사에 대해 공개 매수에 나서고 대주주가 이에 참여하는 식이다.
이 경우 모비스의 모듈 조립이나 AS 사업 등이 완성차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대주주의 합병 투자회사 지분율도 22.5%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일가가 기아차(17.2%)와 현대제철(5.8%)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부각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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