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이하 보톡스) ‘메디톡신주’가 다시 허가취소 위기에 처했다.
의약품의 ▲국가출하승인 면제 조건 ▲‘수출’로 인정되는 거래행위 범위 등이 메디톡신주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19일 메디톡신이 국가출하승인을 거치지 않은 보톡스를 판매해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메디톡신의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주와 ‘코어톡스주’에 대한 회수·폐기를 명령하고, 품목허가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메디톡스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회사는 식약처가 문제 삼은 제품들이 해외 판매용이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과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수출용 의약품에 국내 판매용 의약품 규정을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메디톡스는 입장문을 내고 “수출을 위해 생산된 수출용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른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아님이 명백하다”며 “보톡스를 제조·판매하는 대다수 국내 기업들도 해외 수출용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 절차 없이 판매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오히려 식약처가 위법한 조치를 했다면서 행정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예고했다.
수출용 의약품은 모두 국가출하승인 면제?
식약처와 메디톡스가 서로 법을 어겼다며 날을 세우는 상황이다. 논쟁의 핵심은 수출용 의약품이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의무적으로 밟아야 하는지 여부다.
식약처가 허가취소 조치 근거로 제시한 법률은 약사법 제53조,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 등이다. 이들 조항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 중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및 국가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은 제조·품질관리에 대한 검정을 거쳐 식약처장의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수출 목적 의약품으로서 수입자가 요청한 경우 ▲식약처장이 국가출하승인을 면제하기로 결정한 품목은 예외적으로 국가출하승인 없이 판매될 수 있다.
즉, 수출용 의약품이 모두 국가출하승인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수출 대상 국가로부터 ‘국가출하승인 없이 제품을 판매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야 면제 대상이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메디톡스 측에 수출 대상국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매상 거쳐 수출하면 국내 판매?
수출을 전제로 국내 도매상과 거래하는 행위를 수출 볼지, 국내 판매로 볼지도 관건이다.
메디톡스는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적법하게 판매했으며, 식약처가 도매상과 거래를 문제 삼아 부당한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메디톡스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도매상에 수출을 전제로 해외 판매용 제품을 넘겼다. 그런데 식약처가 수출용 제품을 직접 수출하지 않고 국내 무역업자에게 양도한 행위를 ‘국내 판매’로 간주,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약사법 상 ‘판매’는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라며 “여기에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메디톡스와 도매상의 거래는 판례에 명시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국내 판매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보톡스 업계 ‘갸우뚱’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국가출하승인 없이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메디톡스 측 입장문에 의문이 제기됐다. 보톡스를 제조·판매·수출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 판매용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용도 국가출하승인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수출 대상 국가마다 다르지만, 국가출하승인과 관련된 별도의 요청이 없다면 기본적으로 모두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6월에도 메디톡신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메디톡신 제조 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 국가출하승인 자료를 일부 위조했다며 처분 이유를 제시했다. 회사는 법원에 식약처 조치에 대한 효력정지를 신청했으며, 법원이 이를 용인하면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가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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