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솜 “지금 봐도 멋있는 유나… 연기하며 속 시원했죠”

[쿠키인터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솜 “지금 봐도 멋있는 유나… 연기하며 속 시원했죠”

기사승인 2020-10-24 05:55:01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유나(이솜)는 한 장의 회사 서류에서 찜찜함을 느끼는 자영(고아성)에게 “뭘 이렇게 열심히 해”라고 쏘아붙인다. 토익 600점을 넘기면 고졸 사원도 대리 진급을 시켜준다는 회사 공고에도 ‘정리해고’하려는 수작이라고 초를 친다. 하지만 유나도 자신의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고 싶지만 현실은 회의에 끼지 못하고 팀원들의 햄버거를 준비하는 게 고작이다.

유나를 당당하고 의리 있는 캐릭터로 설득해낸 건 배우 이솜의 공이다. 이솜은 많은 대사량을 소화하면서도 밉지 않은 선을 유지하며 주변 인물들을 중간에서 이어준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솜은 “이 작품을 정말 열심히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또래 여성들과 작업할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있더라도 저에게 올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종필 감독님이었어요. 10년 전 영화 ‘푸른소금’에 같이 출연한 인연이 있거든요. 감독님이 연기도 하셔서 그런지 배우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디테일한 감정들까지 일일이 잡아주세요. 감독님이 제 생각을 하면서 유나 캐릭터를 쓰셨다고 말씀해주셔서 긍정적으로 대본을 봤어요. 촬영장에 정말 준비를 많이 해오셔서 감동하기도 했고요. 촬영 직전까지 느낌과 뉘앙스 하나하나 얘기하고 고민하면서 만들었어요.”

▲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이종필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유나 캐릭터에 대해 “말이 많은 캐릭터”라며 “연기를 잘못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유나 캐릭터를 소화하려면 배우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감독은 이솜을 떠올렸다. 이솜은 처음 유나 캐릭터를 보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좀 다른 결의 유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고 제안도 많이 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유나의 정서적인 면이었어요. 유나는 왜 이렇게 강해보이고 말이 많을까, 왜 아는 척을 많이 할까 고민했죠. 대사로 설명하긴 싫어서 찾아보며 고민하다가 ‘인정욕’이란 욕망을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해보니 유나가 친근해지고 사람다워지더라고요. 친구들과 있을 때 아는 척하고 강한 모습도 있지만, 상사 앞에서 긴장한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시나리오엔 없지만 유나의 정서를 꾸준히 만들어서 매 장면 넣으려고 고민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고졸 사원인 주인공들은 대부분 장면에서 회사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지만, 사복을 입고 1995년을 재현한 장면도 있다. 이솜은 “엄마의 모습을 유나에게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실제 엄마의 사진을 의상팀에게 건넸다. 검정 목폴라에 골드 목걸이, 가죽치마를 입은 영화 속 유나의 모습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의상팀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대로 똑같이 입고 싶다고 했어요. 아마 제가 입은 가죽 치마는 의상팀의 어머니가 입던 치마였을 거예요. 저에게 1990년대는 흐릿한 기억이지만, 기억나지 않는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엄마가 유나와는 반대의 삶을 사셔서 그런지 엄마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이솜은 배우로서 “안 해본 것 위주로 작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하나 이미지에 머물고 싶지 않은 마음,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솜에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시대를 연기하는 재미를 알려준 작품이다.

“신기하게 의상과 헤어와 분장을 하면 다른 자아가 나타나요. 제가 유나 같이 행동을 하더라고요. 앉아 있을 때도 그렇고, 말투도 유나처럼 얘기했죠. 자세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었어요. 어떤 캐릭터를 하는지에 따라 제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그 캐릭터에 제가 들어간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전 유나를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나마 속 시원한 말을 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지금 봐도 멋있는 여성이잖아요. 연기하면서도 속이 시원했고 만족스러웠어요. 어떤 분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영화가 달라질 것 같다. 세 캐릭터가 여성이고 그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여성 영화겠죠. 또 다르게 보면 사회초년생들이나 직장 생활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영화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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