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박은빈 “연기 재능? 저는 노력하는 사람”

[쿠키인터뷰] 박은빈 “연기 재능? 저는 노력하는 사람”

기사승인 2020-11-03 08:00:03
▲배우 박은빈 / 사진=나무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작품의 끝을 만나는 일, 20년간 겪어와서 익숙해요. 이번 작품을 마치면 다른 때보다 눈물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주연이라는 책임감이 무거웠던 것 같아요. 긴장의 끈을 반년 동안 놓지 않고 살았어요. 어려운 시기에 무사히 작품을 마칠 수 있어 다행스럽고, 안도감도 들어요.”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늦깎이 음대생이자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채송아 역을 맡아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배우 박은빈에게 종영 소감을 묻자, 차분한 답변이 돌아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종영 직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마지막 방송을 봐야 비로소 끝났다는 것을 실감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드라마 ‘청춘시대’ ‘스토브리그’에서 각각 색이 다른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박은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박은빈은 이 작품에서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채송아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며,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스물아홉의 청춘을 그려냈다. 방영 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작품은 베일을 벗은 후 입소문을 타고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했다. 박은빈이 연기한 채송아를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들이 청춘의 아픔과 고민을 잔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묘사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송아가 어떤 매력을 가진 캐릭터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비범하거나 타고난 재능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니 평범함에서 오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송아의 시선을 따라가는 드라마이기도 해요. 중심이 되는 인물에게 시청자가 거리감을 느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송아의 복잡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제 몫이었어요. 작품을 촬영하며 시시때때로 이 숙제를 풀어나갔죠. 송아는 요즘 시대가 원하는 ‘사이다’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 시대에도 송아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분들이 송아의 삶을 응원하면서 자신의 삶도 응원하게 되길 바라며 연기했어요.”

▲배우 박은빈 / 사진=나무엔터테인먼트 제공

클래식이 소재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특별했던 이유는 주인공인 채송아가 천재도 아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인물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채송아는 바이올린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재능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갈등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 박은빈은 “배우로서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 다른 삶을 사는 것에서 영향을 받고 성장해 나간다”라고 털어놨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그 인물의 인생을 열중해서 살아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슷한 것보다 새로운 캐릭터에 흥미가 생기고, 도전하려고 해요. 매번 새로운 삶을 살면서, 제 삶에도 영향을 받아 성장해 나가는 거죠. 이번 작품에서 송아의 삶은 바이올린을 잘 보내주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열중했던 것을 보내주는 일은 아직 박은빈의 삶에서는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더 뜻 깊은 작업이었죠. 마지막에 박준영(김민재)과 합주하는 장면이나, 최종회의 바이올린을 진심으로 떠나보내는 장면은 이 작품에 임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에요. 이 두 장면이 시청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 좋겠어요.”

1998년 아역으로 데뷔해 올해로 23년 차 배우인 박은빈은 연달아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박은빈에게 재능이란 무엇일까. 박은빈은 “(연기에 대한 재능을) 스스로 생각하면 타고났다고 말하긴 부끄럽다”라면서 “다만 노력해온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스스로 돌파하고자 하는 신념이 박은빈과 채송아의 닮은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제 연기를 믿고 본다는 말, 정말 너무나 감사하고 든든한 칭찬이에요. 언젠가부터는 작품의 결과를 생각하며 선택하고 싶지 않았어요. 늘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일희일비하면서 스스로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이 충실했던 과정을 허무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결과가 어떻든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선택을 하려 변해왔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마찬 가지예요. 흥행보다 스물아홉의 저를 잘 보내고 싶었던 마음이 반영된 선택이었죠. 작업하며 과정이 행복했는데,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더없이 기뻐요. 다음 행보도 제가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싶어요.”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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