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 4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은 17.2%를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다. 윤 총장이 선호도 조사에 이름을 올린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각각 21.5%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윤 총장의 선호도는 전월(10.5%) 대비 6.7%p 오르며 앞선 두 사람과의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이와 관련, 리얼미터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 구도’에서 윤 총장이 가세한 ‘3강 구도’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의 여론조사에서도 윤 총장은 범야권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해왔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10일부터 13일 ‘범야권 대선주자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1.4%를 기록하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10.4%)를 앞섰다.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근에는 정치 입문에 난색을 표하던 윤 총장이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여 정치권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여론조사 기관에 직접 연락해 “대통령 후보군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 참석해 ‘임기를 마친 후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 “제가 직무를 다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고 향후 거취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정계 입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같은 ‘급상승’은 추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권 대항마’의 모습을 보여준 윤 총장에게 보수 지지자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마음 둘 데 없는 보수지지 유권자들이 윤 총장을 불러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정권 비판 민심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로 연결된다. 현재 보수 야당 후보로는 만족시켜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 그런데 윤 총장이 라임·옵티머스 사태, 수사지휘권 파동, 국감 등 여권의 융단폭격 속에서 혼자 다 맞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시원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당장 대통령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기대를 걸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가장 ‘핫’했다. ‘수사지휘 적법성’을 놓고 충돌할 땐 시청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았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검찰총장의 지휘권 박탈은 비상식적”, “중상모략” 등 윤 총장의 거침없는 답변이 쏟아진 법사위 국감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여권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윤석열 때리기’ 그리고 국감장에서 윤 총장이 소신을 갖고 맞서는 모습이 야권 지지층에 각인되면서 지지가 결집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 평론가는 “윤 총장은 정식으로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는데도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가 정치에 참여했을 때 새로 생겨나는 지지층이 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다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윤 총장의 정치적 능력에 달려있다. 현재 그의 정치적 능력에 대해선 전혀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긍·부정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자의든 타의든 정치권으로 소환된 윤 총장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고건 전 총리의 사례가 거론된다. 반 전 사무총장과 고 전 총리는 당시 정당 밖 유력 주자로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등장했지만, 반짝인기에 그치며 대권 도전을 포기했었다.
다만 그들과 윤 총장은 ‘정치 의사’에 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을 안했지만 후보로 순위에 오르는 것은 고위공직자 출신인 고 전 총리와 반 전 사무총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던 점에서 윤 총장과 다르다. 윤 총장은 보수 유권자들이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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