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홍진영 “다시 태어난 느낌이에요”

[쿠키인터뷰] 홍진영 “다시 태어난 느낌이에요”

기사승인 2020-11-04 07:00:02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 학동로 강남구청역 인근의 어느 골목. 가수 홍진영은 지난해 이곳에 1인 기획사 IMH엔터테인먼트 사옥을 차렸다. 2층짜리 건물인 이곳을 홍진영은 처음엔 카페로 만들려고 했다. 연예계 활동은 그만둘 심산이었다. ‘이대로 은퇴할까’ 고민하기를 수십 만 번. 결국 홍진영은 건물 2층에 기획사 사무실을 꾸리기로 했다. 그의 인생에 새로운 막이 열린 순간이었다.

연예계 대표 ‘흥부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홍진영은 10년 넘게 몸담았던 소속사와 지난해 결별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홍진영은 소속사의 무리한 일정 강행으로 건강이 나빠졌고 정산 방식이 불투명했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소속사 측에선 홍진영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그를 지원했다고 반박했다. 법정 다툼으로 치달을 뻔했던 양측의 갈등은 홍진영이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살면서 그때만한 시련은 또 없겠다 싶었어요.” 최근 IM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홍진영은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연예인이라는 게, 내 잘못이 아닌 일로도 한순간에 생명이 끊길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힘든 일을 겪으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부염까지 그를 괴롭혔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최악 중의 최악”의 날들을 지나보낸 뒤 홍진영은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작년보다 더 힘든 일이 생기면, 연예계 생활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그 전까진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2일 공개한 ‘안돼요’는 홍진영이 홀로서기 이후 처음 낸 신곡이다. 발라드와 트로트를 결합한, 일명 ‘트발’ 장르의 노래다. 홍진영은 트로트 발라드를 발표하겠다고 결심한 뒤, 일부러 발라드 작곡가를 찾아 나섰다. “트로트 곡을 안 써본 사람이 작곡을 하면 새로운 느낌이 나서”다. 하지만 한동안 마음에 드는 곡을 만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의 고민을 해결해준 이는 가수 황치열이다. 홍진영은 황치열이 만든 멜로디를 듣고, ‘여기에 나의 뽕끼만 넣으면 ‘트발’이 완성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제안했다.

작업은 속전속결이었다. 홍진영은 황치열이 쓴 곡에 직접 노랫말을 붙였다. 순식간에 곡을 완성한 두 사람은 곧장 녹음에 돌입했다. 높은 음역대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홍진영을 보며 녹음 기사는 ‘홍진영이 노래를 이렇게 잘했어?’라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홍진영은 신곡 발표와 함께 특별한 프로모션도 계획하고 있다. 가수 허각. 배우 이태성·가수 성유빈 형제 등 평소 절친한 연예인 10명의 ‘안돼요’ 커버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홍진영은 “작곡가인 황치열도 부르게 할 것”이라며 웃었다.

홍진영의 또 다른 직업은 ‘예능인’이다. 그는 SBS ‘미운우리새끼’에 친언니 홍선영씨와 함께 출연 중이다. 일각선 예능 출연으로 인한 이미지 소모가 걱정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홍진영은 “힘든 일을 겪을 때 ‘미운우리새끼’ 제작진이 손을 잡아줬다”며 “그쪽에서 저를 내치지 않는 이상 끝까지 남아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열풍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홍진영은 “이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데다가,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모두 고사했다.

대신 신인 가수를 발굴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트로트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가수와 함께하고 싶단다. 반대로 연예인들로부터 음반을 제작해달라거나 가수 활동을 매니지먼트해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고 있다. 홍진영은 “소통만 잘 된다면 뭐든 좋다”며 눈을 빛냈다. 소속사의 1호 가수이자 대표이기도 한 그의 어깨는 무겁다. “나를 믿고 회사에 들어온 직원들이니,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엔 사업에도 발을 뻗쳤다. 2018년엔 화장픔 브랜드를 론칭했고, 최근엔 다이어트 식품 개발에 도전했다.

홍진영은 쉬지 않는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재미는 그를 추동하는 힘이다. “스완(홍진영이 멤버였던 걸그룹)이 ‘폭망’한 뒤로 푹 쉬어서 괜찮아요. 하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이후로 행사가 많이 줄었지만, 회사를 운영하느라 정신없었어요. 내년 봄엔 댄스곡도 내려고요. 힘든 일을 겪어 보니 요만큼 짜증이 나도 ‘작년만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활동을 그만둘 때까진 뭐든 즐기면서 하려고요.”

wild37@kukinews.com / 사진=IM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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