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장제원·추미애, 싸우다 정들었나… 국회서 주고받은 ‘훈훈’한 덕담은

[여의도 고구말] 장제원·추미애, 싸우다 정들었나… 국회서 주고받은 ‘훈훈’한 덕담은

기사승인 2020-11-07 05:00:18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사사건건 충돌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장 의원이 추 장관에게 사퇴를 거세게 요구하고 서로를 향한 비아냥을 쏟아내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장제원 “도움 주겠다”에… 추미애, “힘이 난다” 화답

두 사람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시작은 장 의원이었다. 지난 5일 국회 법사위가 법무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장 의원은 법무부의 예산안 증액을 추 장관에게 제안했다.

장 의원은 먼저 ‘공판역량강화지원’ 예산이 8000만원 밖에 안된다고 짚었다. 그는 “내년부터 검찰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공판중심주의가 시행돼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고 오로지 공판에서 범죄를 소명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런 예산으로 연구지원하고, 공판검사 교육하고, 역량강화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지원을 자청하기까지 했다. 장 의원은 “타당성이 있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면 야당의원도 여당과 함께 예산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니 저에게도 말씀해주시면 도움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더해 검찰 개혁과 관련한 진심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장 의원은 “제도적 측면에서 검찰개혁이 시작됐다. 그러면 젊은 검사들, 패기 넘치는 신임 검사들이 조금 반발하더라도 장관이 크게 안고 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추 장관이) 가고자 하는 길은 검찰개혁의 방향은 맞는다고 본다. 무섭게 하지 말고, 검찰개혁이 대한민국에 연착륙할 수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추 장관은 “정말 반가운 말씀”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추 장관은 “장 의원 말씀에 동의한다. 검사들과 잘 소통하면서 검찰개혁에 동참할 수 있게 잘 다독이겠다”고 화답했다.

예산과 관련해선 “사실은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예산삭감 요구를 많이 받아 위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의 말에 감사를 표하며 “준비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예산안에 반영 못 한 채 전전긍긍하던 중 야당 의원이 말씀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전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장관 한번 해봐라” vs 장제원 “꿈 키워보겠다”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선 두 사람이 감정 섞인 농담을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의 말에 국감장에는 웃음 소리가 번졌지만 꽤 날선 어조의 대화가 오갔다.

장 의원은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에 추 장관은 “뭐라고 (대답)하겠느냐”며 “군 복무를 충실히 마친 아들에 대해 언론이 무려 31만건을 보도했다. 무차별 보도하고 여론조사를 한다면 저렇겠죠. 의원님도 장관 한번 해 보십시오”라고 받아쳤다.

이어진 오후 질의에서 장 의원은 추 장관의 답변을 두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또다른 도전 목표의 꿈을 심어주셔서 감사하다. 어차피 이 정권에서는 (장관) 안 시켜줄 것 같으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비법조인 출신 장관이 될 수 있도록 꿈을 키워보겠다”며 “야당과 소통도 잘하는 등 확실하게 잘하는 장관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네 응원하겠습니다. 많이 지도해드릴게요”라고 했고 장 의원은 “나중에 잘 모시겠다”고 응수했다.

추미애 “소설 쓰시네” vs 장제원 “소설 잘 읽었습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었다. 과거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추 장관은 법사위 회의에 참석해 아들 관련 질의가 나오자 “소설을 쓰시네”라고 답해 회의장이 발칵 뒤집혔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분노했고 장 의원은 “교만과 오만의 끝이 어디냐”고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서도 “추 장관이 막장드라마를 연출했다. 추 장관의 교만과 오만의 끝은 어디인가. 국회를 모독한 사건이고 침을 뱉은 사건이다. 국민을 모욕한 사건이다”며 날을 세웠다.

장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추 장관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장 의원은 추 장관의 발언을 비틀어 “소설 한 편 잘 읽었다”고 비꼬았다.

장 의원은 “‘자신은 개혁, 야당은 반개혁’이라는 이분법은 교만한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지나친 자기애에 빠진 과대망상일 뿐”이라며 “검찰총장에게 거역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쓰는 군림하는 권력자가 핍박받는 약자 코스프레에 여념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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