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정신과 진료 이력…건강보험 명의도용 심각

나도 모르는 정신과 진료 이력…건강보험 명의도용 심각

병의원 ‘본인확인’ 의무 아냐, 명의도용자 못 잡으면 기록삭제 불가

기사승인 2020-11-10 04:31:02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병원 갈 때 신분증 검사 없이 주민등록번호 적으면서 찜찜하다고 생각했는데 명의 도용하는 사람도 있네요. 진료기록도 확인해봐야겠어요.”(온라인 맘카페), “최근 2년간(2018~2019) 병·의원 등에서 사망자 49명의 명의로 154회에 걸쳐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가 603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강병원 의원실), “건강보험증을 대여하거나 도용하는 등 부정사용하다 적발된 인원은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6002명에 달합니다.”(남인순 의원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진료‧처방을 받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신분증 확인 등 본인확인절차만 제대로 거쳤어도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현행법에 의무조항이 없어 관리에 구멍이 생긴 상황이다. 

지난 6일에는 ‘건강보험 명의도용 근절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지난해 6월 건강보험 홈페이지에서 진료내역을 확인하던 중 자신도 모르는 병원‧약국의 진료기록을 발견해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 인터넷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불면증 등의 진료 및 처방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공단 담당자는 도용자가 다녀간 병원 등에 연락을 취했고, 해당 병원에서도 다시 약을 처방받기 위해 내원한 도용자에게 명의도용을 하지 말라고 회유했으나 결국 도망갔다고 청원인은 전했다. 

그는 “(사건) 3개월 후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이 왔는데 이 도용인이 병원비 결제를 모두 현금으로 했고, 당시 해당 병원의 CCTV도 확인할 수 없었으며, 각 병원에 등록된 휴대전화번호도 타인 명의여서 도용인을 확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면서 “공단과 병의원, 경찰간 연계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병원을 한 번 더 찾은 도용인을 바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시 내가 공단에 신고한 내역은 공단이 경찰에게 신고해 지난해 말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로 송치되면 공단에서 3년간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올해 10월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그 와중에 또 다른 지역의 병의원 진료내역이 확인되는 등 명의도용 사건이 일어났다. 3년간 (공단이) 어떤 관리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범인을 잡지 못하면 내 명의로 된 진료내역 중 잘못된 내역이 삭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생명, 신체, 재산 등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도용될 때마다 주민번호를 바꾸는 것 보다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청원자는 건보공단 관계자가 되레 자신에게 지인에게 주민번호를 알려준 적은 없는지 수차례 묻기도 했으며, 자신도 개인정보가 어디서 유출됐는지 모르지만 병의원에서의 명의도용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건보공단측은 지사에 방문해 명의도용을 신고할 때부터 내가 지인에게 병원에서 쓰라고 주민번호를 알려준 것은 아닌지 수차례 확인했다. 실제 명의도용 사건 중에는 진짜 범죄보다 본인이 알려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면서 “이에 그런 적이 없음을 매번 확인시켰다. 개인정보가 어디서 유출됐는지는 전혀 감도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신분증 확인 등 병의원에서의 신분확인절차 의무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어렵다면 명의도용 신고 즉시 모든 병원 접수불가 또는 2단계 내지 3단계 본인확인절차 강화(응급상황 등 예외적용)라도 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이 도용해 진료 받은 정신병력기록 등은 범인을 잡지 못할 경우 삭제도 안 된다고 한다. 범인을 잡지 못했더라도 잘못된 진료기록을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증 또는 신분증 제출 의무 및 처벌규정이 없어 본인여부 확인관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건보공단측 입장이다. 다만, 거짓으로 명의도용을 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용자를 명백하게 밝혀내지 못하면 진료기록 삭제는 어렵다고 전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는 의료기관에서의 신분증 확인이 의무가 아니지만 책임 등을 물을 수 있는 보안조치 마련을 위해 법령 개정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도용자를 밝혀내지 못하면 진료기록 삭제는 어렵다. 실제로 본인이 지인이나 친척들에게 주민번호를 제공해놓고 실손 등 보험금 수령 때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병력을 빼기 위해서 명의도용을 신고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병원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정도만 제시하면 되지만 기간이 오래됐을 때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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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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