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수천억대 피해를 야기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자금세탁‧횡령 의혹에 휩싸인 자금 운영에 케이프투자증권을 집중적으로 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옵티머스는 케이프증권을 통해 설정한 폐쇄형 사모펀드를 빈번하게 해지하고, 자사 자금도 해당 증권사를 통해 집중 운용했다.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다른 증권사들과의 관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거래 방식이다.
1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옵티머스와 케이프증권 사이에서 개설된 폐쇄형 사모펀드가 빈번하게 중도 해지됐다. 폐쇄형 사모펀드는 한 번 자금을 넣으면 만기일까지 자금을 인출할 수 없는 구조다. 한번 개설된 펀드를 만기 전에 해지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케이프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는 폐쇄형과 개방형을 포함해 총 13건이다. 이중 폐쇄형 3건이 만기일 전에 중도 해지됐다. 케이프증권 외에 옵티머스 펀드를 팔았던 다른 판매사인 대신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DB금융투자·하이투자증권·상상인증권 등에서는 폐쇄형 펀드가 중도 파기된 기록은 없었다.
이에 옵티머스가 판매사 중에서 케이프증권을 골라 자금세탁에 집중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단 펀드를 만들어 자금이 정상적으로 투자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다시 펀드를 깨고 자금을 마음대로 옮겼다는 것이다.
실제 해지된 옵티머스펀드에는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 자금이 반복적으로 투자됐다.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지배하던 회사다. 옵티머스와 관련돼 구속기소된 윤석호 변호사가 이 회사의 감사를 지냈고, 그의 아내인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도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해지된 펀드 3건의 설정금액 규모는 각각 3억원, 205억원, 150억원대다. 지난 2017년 12월에 설정된 3억원대 펀드에는 옵티머스 자체자금이, 지난 2018년 9월에 설정된 205억원대 펀드에는 해덕파워웨이의 투자금과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의 자금이 각각 200억원, 5억원씩 들어갔다. 구속 수감 중인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는 이 펀드에 개인자금을 넣어 70%대의 이례적인 고수익과 투자 원금을 포함, 총 8억6400만원대 금액을 받아가기도 했다.
나머지 1건의 펀드는 지난해 5월에 개설됐으며, 해덕파워웨이 자금 150억원이 투입됐다가 약 한달 만에 다시 인출됐다.
옵티머스가 케이프증권을 다른 증권사들과 다르게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특징들은 더 있다. 옵티머스는 자기자금을 케이프 펀드에 빈번하게 넣었다가 인출했다. 자체 자금이 들어간 펀드 대다수가 옵티머스가 ‘먹잇감’으로 삼았던 기업들의 자금이 있는 곳이었다.
케이프에서 설정된 13건의 펀드 중 8건에 옵티머스 자체자금 및 김재현 대표의 개인명의 자금이 들어갔다. 해당 펀드들에는 해덕파워웨이와 트러스트올, 성지건설, 스킨앤스킨 등 옵티머스의 자금 횡령 의혹에 휘말리거나, 공조한 기업들의 자금이 투자돼 있었다. 옵티머스가 이 펀드들에 자기자금을 넣은 이유는 모자란 투자금액을 임시로 맞추거나, 필요에 따라 원하는 만큼 함께 빼내는 데에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상 운용사 명의의 자금이 펀드에 함께 들어가는 것은 ‘책임투자’의 의미다. 고객 자금과 운용사 자체 자금을 함께 운용하며 책임지고 수익을 내겠다는 것. 그러나 옵티머스의 경우 이런 책임투자 경향과는 다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에 해당 운용사 자금이 같이 들어간다는 것은 정상적인 경우라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옵티머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보인다”고 말했다.
옵티머스가 거래한 증권사는 여러 곳이지만, 자기자금을 넣은 곳은 극히 드물었다. 케이프증권 외에 옵티머스의 자체 자금이 들어간 적이 있는 곳은 대신증권뿐이다. 다만 대신증권과 옵티머스의 거래는 얼마 못가 끝났다. 옵티머스가 대신증권 펀드에 자체자금을 넣은 것은 지난 2017년으로, 단기에 그쳤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8년 1월 옵티머스 펀드 관련 실사를 나갔고, 운용사 부실 징후를 발견하고 같은 해 3월 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옵티머스는 대상처를 케이프증권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전직 직원은 “판매사 중에서도 비교적 소형사를 골라 이런 행태를 보였다. 어쩌면 옵티머스가 가장 목적에 따라 이용하기 편한 판매사 한 곳을 골라 중점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상한 거래 패턴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곳이 가장 편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케이프증권 측에서는 옵티머스와 투자자의 개설 요청에 따라 만든 펀드로, 별도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프증권 관계자는 “우리는 (옵티머스 펀드를 가져다 판매한) 다른 증권사들과 전혀 입장이 다르다”며 “우리 회사에서 팔린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대부분 기관이고, 개인들도 다 이 펀드에 투자하게 만들어달라고 직접 지정한 것이기 때문에 소송이나 그런 게 들어온 것이 전혀 없다. 본인들이 원해서 팔아달라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에서도 우리 회사를 초기에만 조사했지 그 이후에는 조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폐쇄형으로 설정된 펀드가 케이프에서만 깨진 부분에 대해서도 “(펀드 해지도) 본인들이 원해서 가입한 고객들의 입장일 뿐이기 때문에, 따로 체크해보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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