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미국 대선에서 우편 투표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재외국민 투표에서 우편 방식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50만 재외국민 유권자를 위한 ‘우편 투표 제도’ 도입을 촉구한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국민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뉴질랜드 재외공관이 문을 닫아 투표가 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55개국 91개 재외공관 투표소가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또 청원자는 공관 선거 방식의 불편함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대사관, 총영사관에 설치되는 투표소까지 가기 위해 비행기나 기차를 타야 하고, 자동차를 몇 시간씩 운전해야 한다”고도 토로했습니다.
지난 4월 재외선거 총선 투표율은 역대 가장 낮은 1.9%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재외선거 총선 투표율이 3.83%임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여파로 더 낮아진 것입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에 등록한 재외선거인의 50.7%가 공관의 선거사무 중지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난 5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우편투표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재외국민 선거제도의 현황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편투표는 장소에 제약 없이 투표를 할 수 있어 투표 편의성이 큽니다. 또 공관투표보다 적은 비용으로 투표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재외국민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투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재외 선거를 하는 108개 국가 중 절반에 해당하는 54개 국가가 ▲우편투표 ▲대리투표 ▲팩스 투표 ▲전자 투표 등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선을 거치며 우편 투표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방식이 부정 선거 가능성이 있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선 결과에 불복했습니다.전문가는 우편투표 방식의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편투표를 진행해왔고 지금까지 별문제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신뢰를 바탕으로 우편투표를 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문제를 삼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우편투표가 공정할 수 있도록 보완책은 필요해 보입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신원 인증서 등을 동봉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선관위도 재외선거 우편투표에 대해 “국회에서 보완책을 같이 논의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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