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는 정부 ‘택배대책’…업계·노동자 “실효성 의문”

뭇매 맞는 정부 ‘택배대책’…업계·노동자 “실효성 의문”

기사승인 2020-11-14 05:00:19
택배 물류센터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책 상당수가 권고에 그치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라 지적하고 있고, 택배업계에선 기업부담 등 현실적 문제를 놓쳤다며 답답함을 드러내고 있다. 근본적으로 배송 수수료 인상, 인력 충원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양측이 입장을 좁히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택배업체별 여건을 고려해 하루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토요일 휴무제 등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이 담겼다. 

이외에도 물량축소, 배송구역 조정, 분류작업 문제도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이재갑 장관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은 택배기사 보호뿐만 아니라 택배산업이 한 단 단계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과 사회안전망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노동 방지를 위해 사업주 조치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직무분석을 통한 작업시간 등 평가기준을 제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택배노동자들은 큰 틀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보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쳤다고 꼬집는다. 특히 주 5일 근무제의 경우, 현장에서는 시간당 처리해야 할 물량이 더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택배 업무 구조상 토요일 발생한 물량이 그 다음 주로 넘어가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가장 큰 쟁점인 분류작업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인력충원이 관건이자만, 정부는 해당 논의를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 협의회’로 넘겼다. 협의회는 택배사와 소비자, 국회, 정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다. 이에 합의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2일 박근희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를 진행했다. / 사진=박태현 기자
일일 물량 제한도 택배 기사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택배 기사들이 건당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인 만큼, 배송량이 줄면 수입도 줄어드는 것이다.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별 물량 상황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업체가 기사에게 물량제한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택배업체도 정부 대책이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홈쇼핑 같은 대형 화주의 ‘백마진’ 등 불공정 관행도 조사해 바로 잡는다고 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백마진은 택배사가 대형 화주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로 배송 1건당 7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형 택배사 관계자는 “백마진은 택배 물량을 많이 주는 기업고객에게 일종의 할인을 해주는 것”이라면서 “경쟁 업체들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요금을 정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언급했다.

1건당 800원 수준인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를 높이는 것 역시 소비자 요금 인상과 연결되어 있어 단시간 내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택배사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도 따라붙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가격구조 개선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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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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