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2020년도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분명 시간은 흘렀는데 기억에 남는 날이 몇 없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모든 게 정지됐다.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던, 그냥 근처 영화관에 가서 팝콘을 나눠 먹기도 했던 자연스러운 일상이 모두 사라졌다.
여기 다른 의미로 2020년도가 순삭(순식간에 삭제됨)된 청년들이 있다. 바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청년 정치인 정의당 류호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른바 국회 90년대생 3인방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2020년을 보냈다.
이들은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던 국회에 발을 디뎠다. 역대 국회 중 가장 늦은 개원식,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탄생, 민주화 이후 첫 상임위 싹쓸이, 59년 만의 4차 추경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일들이 잇따랐다.
이 속에서도 90년대생 3인방은 묵묵히 청년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류호정 의원 “김용균 기억하십니까” ▲용혜인 의원 “진짜 임차인” ▲전용기 의원 “태국 민주화에도 봄이 오길” 등 이들의 발언은 정치권 곳곳이 들썩이게 했다.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성 간부의 출입증’,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 병역문제’, ‘3억원 대주주 요건 강화’ 등 3인방이 쏘아 올린 한방이 각 상임위를 달궜다. 특히 ‘국감 초반은 류호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류 의원은 활약은 두드러졌다.
“부담 컸지만 무사한 마무리”
‘최연소 당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한 류호정 의원은 21대 국회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평균연령 54.9세인 국회에서 ‘젊은 사람이 잘 하겠어’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류 의원은 ‘고성’, ‘막말’이 오가던 국감에서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류 의원은 국감에 대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많이 안고 시작했다. 무사히 마무리 지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불평등 문제’ 해결이 정의당 국감 기조였다. 이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 기술탈취, 노동자 현장 안전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청년 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 문제와 관련 있는 내용이었다. 기조에 맞게 약자들 편에서 했던 것들이 잘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게임 노동자 출신인 류 의원은 국회 생활에서 ‘느린 인터넷’을 놀랐던 점으로 짚었다. 그는 “대한민국이 IT 선도국가라고 한다. 근데 국회 인터넷이 좀 느리더라”며 “식권도 직원카드가 있는데 종이로 쓰더라. 생각외로 불필요한 종이 인쇄를 많이 하는 것도 놀란 점”이라고 했다.
류 의원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30에게 자신이 받은 응원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류 의원은 “국회 안의 청년들이 적다보니 외롭지 않을까 생각하며 저에게 혼자가 아니니 힘내라고 응원해준다. 그래서 ‘당신도 혼자가 아니다’고 전하고 싶다.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만 30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해”
모든 게 처음이라는 용 의원은 2020년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느꼈다. 그는 “제가 만으로 30살이다. 30년을 보내며 지금까지 해온 사회 운동들이 이제 국회라는 영역 안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될 수 있을지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용 의원은 처음이라는 ‘불안감’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소신을 잃지 않았다. 그는 4차 추경안에 대한 투표결과를 알리는 표결 판에서 유일하게 빨간불을 켰다. 용 의원은 여야의 ‘짬짜미’ 추경안이 통과되던 그 순간을 ‘충격적’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국감도, 인사청문회도, 추경안 심사도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다. 그중에서도 4차 추경안을 표결하던 순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올해 상반기 가장 효과적으로 검증된 경제 위기 대응방안이었다. 그럼에도 여야는 선별 동맹으로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저 말고도 반대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고 회고했다.
다만 국회 안이 생각보다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엔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받고 놀고먹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더라.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입법 활동을 위해서 공부 모임에 나서기도 하는 긍정적인 모습이었다”고 호평했다.
한편 용 의원은 코로나19를 겪는 2030에게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용 의원은 “2030시기는 삶의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시기다. 그것 자체로 굉장히 불안한데 코로나19가 닥치며 더 불안정해졌다. 이런 때일수록 소극적·수동적 방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원칙들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60년, 70년을 위해서”라고 했다.
“현장의 목소리 담을 수 있어 즐거웠다”
청년 창업가 출신 전용기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1호 법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의 통과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전 의원은 “애환이 녹아든 법안”이라고 소개했다. 총선 당시에도 낮에는 정당인, 밤에는 창업가의 삶을 이어온 그는 국회 내에서 누구보다 코로나19를 겪는 소상공인들의 심정을 가까이서 느낀 사람이다.
전 의원은 “진짜 힘들었던 순간이 (법안에) 담겼다. 법안의 통과로 실제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 크게 다가온다. 참 의미 있던 순간이었다”며 “우리 삶에서 나온 이야기를 다룰 수 있어서 뜻깊었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국회 생활에 대해선 “청년을 많이 배려해주신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하는 것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으로 봐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청년이 함께 국회에서 활약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청년 정치의 발전을 기대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다가오는 2021년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길 소망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청년이 노력하고 있다. 어려움을 다 같이 헤쳐나가 보자. 코로나19가 끝나고 취업 시장도 풀리고 부동산 문제도 해결되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변화하는 2021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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