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코로나 손상 위험 독감과 비슷…“재택치료 문제없다” 

경증 코로나 손상 위험 독감과 비슷…“재택치료 문제없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확보 방안 중 하나, 구체적 지침 없는 상황

기사승인 2020-11-25 04:40:2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국내 코로나19 대응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자가치료(재택치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내 코로나 환자 70%는 집에서 치료해도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재택치료를 활성화해 중환자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추세대로 늘고 있는 확진자들을 모두 입원시킬 경우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1주일 후면 소진 예상

주영수 코로나19공동대응상황실장(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24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환자 병상 확보 및 자가치료의 필요성을 밝혔다. 

주 실장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2주간의 수도권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총 2239명이다. 연령별로 50~59세는 369명(16.5%), 60~69세 328명(14.6%), 70~79세 188명(8.4%), 80세 이상은 105명(4.7%)으로 파악된다. 

수도권 코로나19의 1차 유행 시 사용했던 연령별 중환자 발생률을 적용했을 때 최근 14일간의 수도권 신규확진자 중에서는 총 46명의 중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략적으로 보면, 5일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하루에 3~4명씩의 중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중환자의학회 일일보고자료


반면 23일 기준 파악된 수도권 코로나19 관련 총 중환자병상수는 125개로, 지난 8~9월의 수도권 코로나19의 1차 유행 시 운영된 바 있었던 최대병상수 145개보다 대략 20개 정도 적은 상황이다. 참고로 23일 기준 비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관련 총 중환자병상수는 130개 정도로, 그 중 잔여병상은 100개 정도로 추정된다.  

주 실장은 최근 14일간의 환자발생 추이로 추정했을 때 현재 남아있는 중환자 병상수(25개)는 1주일 정도면 소진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수도권 1차 유행 때처럼 운영가능한 전체 중환자병상수를 145개까지 다시 확보할 수 있다면 추가로 1주일 정도는 시간적 여유를 더 가질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 추세대로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증가한다면 12월 둘째 주부터는 ‘수도권 중환자병상 부족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중환자 병상 부족상황은 당분간은 ‘수도권’에 국한된 문제로 보인다. 따라서 수도권에서는 중환자 치료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제공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며 “또 현재 중환자실 재원환자들의 재원적정화 노력도 중요하다. 중증치료가 필요한 환자만 중환자실에 재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정상 ‘자가치료’ 가능하지만 구체적 지침 없어  

주 실장은 의료기관과 생활치료센터의 불필요한 병상소진을 방지하기 위해 코로나19 환자들의 전달체계를 재정비하고, 그 일환으로 재택치료 기준을 마련해 무증상 혹은 경증환자들의 자가치료 적용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환자 병상에서 일반 병상’으로, ‘일반 병상에서 생활치료센터’로, ‘생활치료센터에서 자가치료’로, ‘각종 시설들과 자가치료에서 격리해제’로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인프라 개선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규정상 경증환자의 자가치료는 지난 10월 13일부터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치료 기준이나 지침이 공표되지 않아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시스템에서는 집에 있어도 되는 환자가 시설로 옮겨져 관리 받고 있는데, 지금처럼 환자가 많이 생기는 상황은 병상, 생활치료센터의 부담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병상이 필요한 환자는 중등증환자를 포함한 중증환자와 조금이라도 위험한 환자까지 고려해 전체 20~30%”라며 “나머지 70%는 병상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데, 집에 있지 못하니 병상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분들은 발열시 해열제로 치료하고 필요시 적절한 병상으로 이송해 관리하면 집에서 무리 없이 지내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국민 건강을 팽개치고 병상확보만을 위해 재택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치료’라는 용어 때문에 혼동이 올 수 있는데 꼭 약을 먹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생활치료센터에서 쉬다가 퇴원하는 분들이 있다”며 “다만 집에서 머문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불안감 해소 측면에서 (입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이 병에 대한 성격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감염 후 중증 손상? “독감과 비교해서 더 심하지 않아”

문제는 재택치료 중이던 경증환자가 중증의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이다. 코로나 감염 이후 중증 후유증 발생 사례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고,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건강한 청년층에서도 급격한 폐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밀착관리’가 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에게서 중증의 후유증이 발생한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는 우리가 가진 의료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재택치료를 권장한다는 입장이다. 

주 실장은 “자가치료의 원칙 중 하나가 고령자 전염이다. 집에 60세 이상 고령자 있거나, 기저질환 면에서 건강상 위해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가족이 있을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60세 미만 그룹은 전염에 의한 위해리스크가 적다고 보기 때문에 조건이 된다면 동선을 겹치지 않게 하거나 대면하지 않도록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재현 중앙감염병병원 음압격리병동 관리실장(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후유증간 연관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고려하긴 어렵다. 또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감염환자에게 폐기능 변화가 생겼다,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루머도 있으나 명확하게 연관성을 입증한 게 없고, 현재 연구 중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관리팀장은 “현재 질병관리청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젊은층에서 폐기능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중환자 일부에서 폐섬유화가 발견됐다.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코로나 감염 이후 발생하는 손상 정도가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후 발생하는 손상도와 비교했을 때 더 심하다고 규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많은 환자 사례를 겪으면서 사태 초기에 걱정했던, 가령 코로나를 앓고 나면 심혈관계, 신경계 합병증,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했던 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게 학술적 데이터로 잘 확인되고 있다”며 “물론 합병증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겨울철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인플루엔자를 통해서도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코로나에서 오는 합병증 후유증이 얼마나 더 심한가, 빈번한가인데, 인플루엔자 비해 합병증, 후유증이 심한 것 같지 않다”면서 “분모가 없는 수치였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뉴스를 통해 보도된 거다. 특별한 상황의 환자는 인플루엔자 환자에게서도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최근 나온 데이터를 보면, 이를 겪은 환자들은 심근경색증, 심혈관계 합병증이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고령자 예방접종을 통해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 독감환자와 코로나 환자에서 오는 사이토카인 스톰(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 작용이 과다하게 이뤄져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조사한 데이터에서도 코로나 상황이 더 심하거나 흔한 것은 아니라고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 위원장은 팬데믹 상황을 고려했을 때 모든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상이 가벼운 환자라도 입원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평소라면 당연히 모두 입원시켜서 잘 챙겨야 한다”며 “하지만 팬데믹에서는 우리가 가진 병상 등 의료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외 자료를 봐도 젊은 환자는 어떤 조건에 맞으면 별 문제 없이 낫는다. 그런 조건에 맞는 환자를 선별해서 집에서 치료받게 함으로써 입원이 필요한, 생명이 위독한 이를 위주로 병상자원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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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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