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질병정보 보험사에 넘기는 보험업법 폐기하라”

“환자 질병정보 보험사에 넘기는 보험업법 폐기하라”

의료민영화저지운동본, 민간보험은 건강보험 보완재 안 돼 

기사승인 2020-11-25 10:13:33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보험가입자 편의라는 명목으로 환자 질병정보를 실손보험회사에 넘기는 보험업법 폐기하라”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24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민 건강권 보장을 민간보험회사 사적계약에 전가해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악업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각각 발의했는데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에 환자 의료정보를 직접 전자형태로 전송할 것을 의무화하고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전자서류 전송업무와 관련해 고용진·윤창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위탁하고, 전재수 의원은 전문중계기관으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운동본부는 “개정안들은 환자 편의를 위해 실손보험 절차 간소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민간보험사들의 업무 편의를 봐주고, 손쉽게 정보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민간실손보험을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지칭하고,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보완·보충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민간보험회사가 민감정보인 환자 의료정보를 전자적으로 손쉽게 수집해 영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전자적으로 제출한 자료는 손쉽게 수집 축적될 수 있고, 전산화된 자료는 민간보험회사가 환자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의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며,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고위험군 환자 가입을 거절하는 등 크림스키밍 행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통해 가입자들이 미청구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질병정보를 민간보험회사가 손쉽게 축적 가능하도록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민감정보에 속하는 개인의 질병정보 등을 전자적 전송으로 허용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두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전재수·윤창현 의원은 중계기관을 요양급여의 심사 및 평가 등을 하는 공공기관인 심평원으로 두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실손보험 회사가 해야 할 역할을 심평원이 대신하는 것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고, 국민건강보험법 상 심평원의 기능과 책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재수 의원은 중계전문기관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했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을 상정하고 있다면 이 역시 심각한 문제라며, 의료법 제21조에 따르면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할 수 없는데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라는 조항이 있더라도 보험업법이 의료법의 상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업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청구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은 개인의 사적 계약에 불과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급여와 같은 공적 계약이 아닌 사적 계약에 따른 것을 수행할 법적 근거나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발의된 개정안 모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넘는 일정부분에 대해 민간실손보험을 대체재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민간보험으로 커버되고 있는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는 구가가 민간실손보험을 공공의료보험의 보완재로 여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문재인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화해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국정과제의 방향과도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의 중장기적 재정 투입 확대와 지속적인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 해당 법안의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입장을 전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실손보험은 환자와 보험사, 즉 민간간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타당성이 전혀 없고, 의료계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해당 법안은 겉으로는 국민의 편의성을 내세우지만 환자 개인 정보를 손쉽게 얻기 위한 보험사의 꼼수가 보이는 법안”이라며, “진료에만 집중해야 할 의료기관에 보험 청구 업무를 대행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기관이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의 부당성 ▲불필요한 행정 규제 조장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의사와 환자간의 불신 조장 심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개입의 부당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임의적 환자 진료정보 남용 및 진료정보 집적화 우려 ▲향후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수단 등을 문제로 꼽았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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