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거대여당의 여유? 김태년의 철통 방어법은

[여의도 고구말] 거대여당의 여유? 김태년의 철통 방어법은

기사승인 2020-12-08 05:00:04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결과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장기화 속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입’이 빛나고 있다. 그는 이른바 ‘추윤 갈등’을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혹시 대답하기 곤란해 답변을 회피하고 싶을 땐 김 원내대표의 남다른 스킬을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뉴스를 못봤다”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에 대한 의결이 한창일 때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행정법원은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감찰위와 법원은 모두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직무집행정지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고, 감찰위는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등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결과에 김태년 원내대표는 꽤 당황한 모습이었다. 본회의 종료 후 김 원내대표에게 기자들이 감찰위 논의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직 뉴스를 못봤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질문에서도 “뉴스 좀 보고 답하겠다”, “오늘 예산안과 본회의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며 자신이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감찰위 결과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언론사가 포착한 사진에는 김 원내대표가 감찰위 결과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던 민주당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당황스러움을 숨기기 위한 김 원내대표의 스킬이 여과없이 드러난 순간이다.  

“햇살이 좋네요”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와 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은 37.4%, 민주당은 28.9%를 각각 기록했다.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기자들이 김 원내대표에게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 묻자 “잘 모르겠는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지지율 하락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서 “정치를 한 11년째 하고 있다. 이정도로 뭘”이라고 대답하며 ‘정치 전문가’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또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추-윤갈등으로 인한 국민의 경고 아닌가’라고 묻자 답을 하지 않았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여부’, ‘추 장관에 대한 당의 입장’에 대해 묻자 “햇살이 좋네”, “겨울햇살이 좋네” 등 엉뚱한 답만을 내놨다. 민주당의 ‘입법개혁 추진’에 대한 야당의 반발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점심 맛있게 드세요”라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략한 채 자리를 떴다.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 해”

지난달에는 김 원내대표의 ‘거친 입’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놓고 당정이 ‘엇박자’를 내자 김 원내대표의 입에서 거친 언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는 지난달 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회의장을 나오며 “X자식들, 국토교통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 “이 XX들, 항명이야 항명”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됐다.

이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한 민주당 의원들의 예산 증액요청을 거절한데 따른 반응이다. 김 장관은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법적 절차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김 장관이 관련 예산증액에 동의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김 원내대표도 이후 “논의 과정에서는 늘 이런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며 당정 갈등설을 진화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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