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러브’는 고아 출신의 무명 복서 레오(쿠보타 마사타카)와 조직의 마약을 몰래 훔치려는 냉철한 야쿠자 카세(소메타니 쇼타), 그와 함께 팀을 이룬 부패 경찰 오토모(오모리 나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름대로 철저해 보였던 카세의 마약 절도 계획은 우연한 사건들로 완전히 어긋난다. 아무 접점이 없던 레오는 도망치던 모니카(코니시 사쿠라코)를 우연히 구해주며 본의 아니게 마약 절도 사건의 한가운데로 향한다.
각기 다른 개성의 인물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곧 영화의 매력과 직결된다. 보통 초반부 인물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들과 달리, ‘퍼스트 러브’는 일단 시동을 걸고 돌진하는 사건에 한명씩 올라타는 방식을 택한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충돌하고 엇나가는 상황들도 재미있지만, 욕망의 방향성이 제멋대로인 점이 흥미롭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상태가 0이라면, 영화 속 인물들은 사건이 진행될수록 숫자를 높여간다. 그 과정에서 목표를 바꾸거나 없던 목표를 만들기도 한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금씩 커지는 그들의 에너지는 그 자체고 ‘퍼스트 러브’가 생명력을 얻는 이유가 된다.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직선적 서사가 영화의 긴장을 만든다면, 자꾸만 어긋나는 삑사리는 영화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애초에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10분 만에 끝났을 영화는 의도하지 않은 실패와 실수가 쌓이며 108분의 장편 영화가 됐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서사는 이 수많은 죽음과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온다. 동시에 어긋남으로 인해 사랑, 인의(仁義) 등 삶에 중요한 가치를 강조한다. ‘모두 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삐딱한 태도로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자세를 바로 잡고 감상하게 하는 힘 역시 그 지점에서 나온다.
곳곳에 피가 낭자하고 칼과 총이 춤추는 혼란스러운 액션을 견딜 수 있다면, ‘퍼스트 러브’를 통해 미이케 다케시 감독이 왜 ‘일본의 타란티노’로 불리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또 정반대편의 엉뚱한 출발점에서 시작한 ‘퍼스트 러브’가 어떻게 제목의 이유를 찾아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혼돈을 불러온 주인공인 카세 역할의 배우 소메타니 쇼타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오는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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