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야권의 대표적 ‘호남’ 인사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외연 확보를 위한 ‘호남행’을,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보수 표밭 다지기를 위한 ‘영남행’을 택해 적극적인 발걸음에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서진 정책’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보수정당 최초로 국립 5·18 민주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호남지역에 수해 피해가 발생하자 복구를 위해 여권보다 먼저 당 지도부와 호남을 방문하는 등 ‘호남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 정강·정책 개정을 통해 호남 민심에 ‘보수가 진짜 변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도 했다. 지난 8월 국민의힘은 정강·정책에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명시, ‘민주화’로 대표되는 광주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당헌·당규에 ‘호남 출신 인사의 공천 의무화’를 명문화하고, 호남지역 41개 지자체에 명예의원을 위촉하는 등 호남에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김종인 대망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호남 인사’ 김 위원장이 호남 주자로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조부모의 고향이 전북 순창이고, 광주서석초·광주서중을 졸업하는 등 호남과의 인연이 깊다. 다만 김 위원장은 “나는 물러날 때를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범야권의 대표적인 호남 주자 장성민 이사장은 영남권을 향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대구를 방문, 정치외교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뽐냈다. 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외교정책의 변화를 진단하고,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한 허점을 짚었다.
이달 말에는 부산을 찾아 ‘국민 대통합을 위한 벤처 폴리틱스(모험정치·venture politics) 실행’을 위한 혁신 통합플랫폼 등을 제안하고 영·호남 통합을 위한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초대 국정상황실장 역임, 탄탄한 정치 경험을 토대로 한 ‘정권 교체 설계사’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영남권 주요 이슈인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도 적극 목소리를 냈다. 장 이사장은 ▲부산 신항과 국제공항의 위축 ▲공항 부지 매립으로 인한 갯벌 생태계 파괴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현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어디로 갔는가. 야당은 왜 침묵하는가. 모든 야권과 국민은 ‘오거돈 공항’이라고 말하자”며 여권이 주도하는 정치이슈에 끌려가지 말자는 견해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야권 ‘호남주자’들의 전국적 행보가 기울어진 선거구도를 평평하게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선거구도는 집권여당으로 기울어져있다. 지금까지의 선거구도에서 민주당이 ‘영남 대통령’ 카드를 사용해 영·호남 민심을 모두 잡아 유리한 선거 구도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틀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야권 호남주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장 이사장의 경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로서 국민대통합형 후보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지도부인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이 공개석상에서 호남 대표주자로 ‘장 이사장’을 꼽는 등 ‘장성민 대망론’이 탄력을 받기도 했다.
이에 장 이사장이 내년 4월에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전해진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가 장 이사장과 여의도 모처에서 극비리에 만나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장 이사장은 “(서울시장은)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다”며 거절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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