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은 정해졌고 이제 ‘런 온’ [볼까말까]

방향은 정해졌고 이제 ‘런 온’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0-12-17 12:01:33
▲사진=드라마 ‘런 온’ 포스터. JTBC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분명 한국말인 것 같은데, 이해하기 쉽지 않다. JTBC 새 수목극 ‘런 온’은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출발한다. 단거리 육상선수, 영화 번역가,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 미대생 등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런 온’의 주인공들은 직업적 차이뿐 아니라 성격과 배경도 선명하게 다르다. 그래서 말을 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 이들의 대화는 달라질 수 있을까. 

‘런 온’은 배우 임시완이 약 3년 만에 출연하는 로맨스극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육상선수 기선겸을 연기한다. 배우 신세경이 영화 번역가 오미주 역을 맡았다. 전작에서 연기 변신에 성공했던 배우 최수영이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이자 재벌가의 자제인 서단아를 연기한다. 배우 강태오는 미술학도 이영화 역을 맡는다. KBS에서 ‘김과장’ ‘오늘의 탐정’ 등을 작업했던 이재훈 PD가 JTBC로 이적한 후 처음 선보이는 드라마다. 박시현 작가의 데뷔작이다. 

16일 베일을 벗은 1회에서는 자기 일을 사랑하는 영화 번역가 오미주와 유명 배우 어머니,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2등 국가대표 육상 단거리 선수 기선겸이 네 번에 걸쳐 우연히 마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화제에 참석했던 선겸은 길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인 미주를 돕는다. 이후 선겸은 미주가 길에서 도둑을 쫓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다시 한번 그를 돕는다. 미주는 대학교수인 황국건(김정호)의 심기를 풀고자 그가 주선한 통역 일을 맡고, 서단아를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통역 대상인 선겸과 다시 만난다. 

우연한 만남이 거듭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여느 로맨스 드라마의 공식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런 온’은 우연한 사건과 만남을 로맨스의 지표로 세우는 대신 일상적이거나 재치 있는 언어로 행간을 채워 차별화를 꾀한다. 임시완이 드라마 제작박표회에서 “대사의 ‘말맛’에 매료됐다”고 했던 만큼, 독특한 대사들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런 온'의 첫회는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인물의 대화를 통해 소통의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선겸과 미주는 첫 만남에서도 두 번째 만남에서도 대화를 나누지만, 서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티격태격한다. 선겸은 동료 선수들이나 미주가 말하는 신조어를 몰라 검색창을 열어보기도 한다. 단오는 자신에게 살갑게 구는 이복동생 태웅(최재현)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알면서도 이해하지 못한 척한다. 미주에게 쏟아지는 황 교수의 무례한 언어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올바른 문장구조를 갖춘 말을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여러 번 강조하며 보여준 만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그 반대에 있다. ‘런 온’은 다른 세계에서 같은 언어로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사의 ‘말맛’이 시청자 모두에게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도식적이지 않은 대사나 상황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연기자들이 대사의 맛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 볼까

로맨스를 좋아하지만 평범한 로맨스물에 싫증을 느낀 시청자에게 권한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뷰티인사이드’ 등을 재미있게 봤다면 흥미로울 가능성이 높다.

◇ 말까

SNS ‘사이다 썰’ 같은 대사를 재치 있다고 느끼지 않는 시청자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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