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더니] ‘카트 황제’ 문호준이 최정상에서 은퇴한 까닭은

[들어봤더니] ‘카트 황제’ 문호준이 최정상에서 은퇴한 까닭은

기사승인 2020-12-17 19:20:56
사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2006년 10살의 나이로 데뷔한 문호준은 통산 14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카트라이더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1월에 열린 ‘2020 SKT 5GX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에서 팀전 우승을 마지막으로 그는 길었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은퇴식에서 문호준은 이전에 전하지 못한 진심을 전했다.

◇ “패배를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문호준은 과거 은퇴를 수차례 고민한 적 있다. 지난 5월 시즌1 통합 우승을 차지한 이후 개인전 은퇴를 한 바 있다. 문호준은 지난 대회 우승 후 인터뷰에서 “팀전 출범 후 최초의 3연패를 달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지만 마음을 바꾸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전에도 은퇴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우승을 계속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전에서 완패했을 때, 화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문호준의 소속팀 한화생명e스포츠는 샌드박스 게이밍에게 0대 6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과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문호준은 “이번 리그 예선 때 슬럼프를 겪었다. 수차례 실수를 저질렀다. 나답지 않은 실수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실수가 있다. 부끄러운 장면도 있다. 패배를 점점 인정하게 되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은퇴 이유에 대해 밝혔다.

사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4년 동안 너무 많은 경기를 치러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웃음을 지은 문호준은 “모든 리그가 힘들었지만, 2019년도 2번째 시즌이 기억이 난다. 온라인에서 폼이 좋아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통산 2번째 통합 우승이었던 2020년도 첫 번째 시즌을 꼽았다. 문호준은 “대회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연습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리고 결승전에서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서 우승을 차지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장면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한 문호준의 라이벌이었던 유영혁에 대해선 “어릴 때부터 같이 대회를 나갔던 형이다. 휴식기를 가지다 리그에 복귀했을 때 결승전에서 우승을 막은 형이였다”라며 “문호준하면 유영혁이라고 할 정도다. 내 선수 생활 중에 가장 길었던 라이벌이고, 위협적인 상대였다”고 말했다.

사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 “차세대 문호준은…”

문호준이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은퇴하면서 다음 시즌 판도는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전력 평준화가 되면서 모든팀들이 우승에 도전하는 상황. ‘포스트 문호준’이 누가될지 많은 팬들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문호준은 “이재혁이 정말 잘한다. 한화생명 선수들도 잘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이재혁은 개인전 우승도 했고, 현재 기량이 절정에 달한 것 같다. 나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재혁을 지목했다.

2019 카트라이더 리그가 끝나고 선수들을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
◇ “팬들을 보지 못해서 아쉬워요.”

문호준은 카트라이더 리그 내에서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문호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경기장은 매진이었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무관중으로 변경되면서 팬들은 경기장에 갈 수 없었다. 문호준도 이 점을 아쉬워했다.

문호준은 “방송이 끝나고 관객석을 보는데 텅 비어있더라. 코로나19 이전에는 팬들의 응원 소리에 항상 힘을 받았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던 게 참 아쉬웠다”라며 “평소 우승을 하고 팬들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팬들의 표정이 어떤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우승 때는 볼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볼 사람이 해설위원들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은퇴식도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문호준은 팬들을 위해 약속을 하나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바로 팬미팅을 하고 싶다. 팬들을 보지 못한지 너무 오래됐다. 선물도 받고 응원소리가 너무 그립다”고 했다.

사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 “이제는 감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문호준은 현재 유튜브와 스트리밍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그는 구독자 7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유튜버다. “팬들이 나를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찾을 것”이라던 문호준은 “당장은 유튜브와 스트리밍에 집중할 것 같다.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이라면 무엇이든 좋다”고 말했다. 다시는 카트라이더 리그에서는 볼 수 없듯한 뉘양스를 풍겼다.

은퇴식 말미에 문호준은 “한화생명의 감독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다. 리그 때 다시 찾아뵙겠다”고 깜짝 발표하며 “지금까지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앞으로는 감독으로 여러분들에게 우승하는 모습, 계속 잘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카트라이더 리그를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잘 되는 모습,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한화생명과 모든 카트라이더 게임을 좀 더 응원해서 리그가 잘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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