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내년 3월 백신 도입, 11월 접종 완료’라는 ‘백신접종 시간표’를 정부가 내놨지만, 국민 다수가 이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캐나다·영국은 이미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EU 27개국도 이달 내 접종 실시하는 등 백신 예방접종에 본격적으로 나선 다른 국가에 비해 ‘한참 늦다’는 평가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내년 2~3월 첫 백신을 접종하고, 11월까지 국민 60~70%에 대한 백신접종을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63.2%가 ‘늦다(너무 늦다 34.9%, 조금 늦다 28.3%)’고 답했다.
‘늦지 않다’는 응답은 34.9%(전혀 늦지 않다 14.0%, 별로 늦지 않다 20.9%), 잘 모르겠다는 2.0%로 집계됐다.
‘늦다’는 응답은 60대 이상(68.2%)과 18·19세를 포함한 20대(67.6%), 부산·울산·경남(74.8%)과 충청권(72.3%), 보수성향(67.5%)과 중도성향(67.3%)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늦지 않다’는 응답은 30대(41.1%)와 50대(39.7%), 제주권(57.7%)과 호남권(49.7%), 진보성향(51.3%)에서 높았다.
정부의 ‘백신 확보량’에 대해선 ‘부족하다’와 ‘충분하다’는 의견이 오차범위(신뢰수준 95% 오차범위 ± 3.1%p) 내에서 팽팽하게 갈렸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 총 물량은 4400만 명분으로, 전 국민이 접종할 수준의 양이 안된다.
이에 대해 응답자 45.2%는 ‘충분하다(매우 충분 17.5%, 어느정도 충분 27.7%)’고 답한 반면 응답자 49.4%는 ‘부족하다(매우 부족 18.8%, 조금 부족 30.6%)’고 답했다. ‘잘모름·무응답’은 5.4%였다.
한편, 정부는 ‘백신 확보 지연’에 대한 이유로 ‘안정성’을 들었다. 코로나19 방역이 비교적 잘 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먼저 접종을 시작하는 나라에서 백신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인한 뒤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안전성을 검증하고 접종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며 정부의 백신 정책을 옹호했다. 그러나 야권은 “백신을 못구한 정권의 비겁한 변명”이라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에 대한 ‘속도’ 보다 ‘안정성’을 택했다. 같은 조사대상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1.9%가 ‘도입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백신 안정성을 검증한 후 도입해야한다(안정성 검증 후 도입)’고 답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급적 조기에 도입해야한다(조기 도입)’는 41.0%, ‘기타’는 5.7%, ‘잘 모름·무응답’은 1.5%로 나타났다.
‘안정성 검증 후 도입’과 ‘조기 도입’에 대한 차이는 10.9%p로 오차범위 밖이다. 다만, 지난 11월 조사의 격차(44.4%p)보다 줄어들었다. 당시 조사에서 ‘안정성 검증후 도입’에 대한 의견은 70.3%, ‘조기 도입’에 대한 의견은 25.9%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무선 99%, 유선 1%, 무작위 RDD추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응답률은 10.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통계보정은 2020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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