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간호사 둘러싼 고질적 악조건, 해소할 수 있을까

[기획] 간호사 둘러싼 고질적 악조건, 해소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0-12-30 03:00:03
▲사진=서울 이태원동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간호사들은 예년보다 고통스러운 한해를 보냈다. 상시적 인력난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 감염병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육전담간호사제 ▲전문간호사제 ▲유연근무제 등의 대책을 모색했다. 다만, 간호계와 의견을 조율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절반은 의료기관을 떠나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전체 면허소지자는 39만4627명이지만, 실제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19만54명이다. 임상 활동 비율이 48.1%에 그친다.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2명의 절반 수준이다. 

의료기관에 남아있는 간호사들의 근무 여건은 혹독하다. 부족한 인원으로 3교대 근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근무조별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는 16.3명으로 파악된다. 미국(5.3명)·스위스(7.9명)·영국(8.6명) 등의 두 배다. 지난해 병원간호사회가 발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무를 막 시작한 간호사들의 이직률은 45.5%에 달한다. 2015년(33.9%)보다 11.6%포인트 증가했다. 

과중한 업무로 간호사들이 떠난다. 의료기관에 간호사가 부족해진다. 남아있는 간호사들은 떠난 동료의 업무까지 짊어진다. 이들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 같은 악순환으로부터 일선 간호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점들이 파생된다.

신규 간호사 교육 여건 확보해야

신규 간호사들은 업무 숙지에 필요한 교육을 보장받지 못한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력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를 교육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신규 간호사들은 출근을 하자마자 경력 간호사와 같은 업무량을 소화하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지난 7월 간호사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던 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A간호사는 “서울의료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지 2개월 차에 중증 환자 5명을 포함해 10명의 환자를 간병인 없이 혼자 간호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교육전담간호사제도를 마련, 신규 간호사 교육권 보장에 나서고 있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규 간호사의 적응을 돕고, 교육·관리를 수행하기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에 배치된 경력 간호사다. 신규간호사의 교육을 총괄하는 유형1 교육전담간호사, 임상 교육·평가 등 기존 프리셉터 역할을 하는 유형 2로 구분된다. 다만, 현재는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실시됐던 정부의 교육전담간호사 인건비 지원사업도 올해 말 끝난다. 지원사업을 지속하면서, 민간병원으로 확산한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업무 범위 명확히 해야

간호사들은 법정 권한을 넘어서는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받기도 한다. 일부 간호사들이 이른바 ‘PA간호사’로 불리며 수술부위 봉합·소독·처방 등 전공의 업무를 대리하게 된 것이다. 병원간호사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0병상 이상 규모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PA간호사는 지난 2005년 235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1년 2125명 ▲2018년 3800여명 ▲2020년 4000여명으로 추산됐다.

현행 전문간호사제를 활성화해, 모호한 위치에 놓인 PA간호사 문제를 해소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전문간호사는 석사 과정을 마친 간호사가 시험을 거쳐 얻을 수 있는 자격이다. 종양·노인·산업 등 특정 영역에서 일반 간호사보다 넓은 범위의 의료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법적 보호를 받는 전문간호사가 기존 PA간호사의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고용 안정성, 처우 제고해야

전문직종이지만 간호사에게는 경력단절의 불안이 상존한다. 간호사가 의료기관에서 근무를 지속할 의지가 있어도, 업무의 강도가 높아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병원간호사회의 조사에 따르면 병원을 떠난 간호사들의 42.5%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연봉과 복지가 업무 강도와 비례하지 않다는 불만도 높다. 지난해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 이직 사유로 가장 많은 표를 모은 항목은 ‘낮은 연봉과 근로조건’이었다.

복지부는 간호사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적인 근무 시간보다 짧게 근무하거나, 휴일에만 근무하는 등 근무 형태를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다. 간호사 면허를 소지했지만, 임상에서 활동하지 않는 유휴인력도 유연근무제를 통해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유연근무제에 대한 일선 간호사들의 반발이 강한 상황이다. 유연근무제가 비정규직 저임금 간호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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