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올해 새로운 스타를 가장 많이 탄생시킨 플랫폼은 단연 틱톡이다. 틱톡의 연말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6곡이 틱톡을 통해 10억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렸으며, 이 중 5곡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틱톡 내 입소문을 통해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노래 도입부와 후렴구에 맞춰 간단한 춤을 따라 추는 ‘아무노래’ 챌린지는 틱톡에서 81만개의 영상을 만들어내며 흥행했고, 이에 힘입어 ‘아무노래’는 한 달 가까이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했다. 이후 틱톡은 K팝 기획사들의 새로운 마케팅 격전지로 떠오른 상황. 안무를 따라 추는 여러 ‘챌린지’는 물론이고, 방탄소년단, 세븐틴, 트와이스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은 신곡 발매 전 노래 일부를 틱톡을 통해 선공개하기도 했다.
#트로트
뉴 미디어의 등장으로 힘을 잃은 TV 방송국이 그 영향력을 다시 입증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 시리즈가 불러온 트로트 열풍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최고 시청률 35.7%로 종영한 뒤, 지상파와 종편 채널들은 일제히 트로트 예능 제작에 열을 올렸다. 자칭 ‘트로트 오디션의 원조’인 TV조선은 여봐란 듯이 ‘미스트롯’ 시즌2를 론칭해 초반부터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젠 ‘열풍 이후’를 생각할 때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종영한지 벌써 1년여가 지났지만, 임영웅을 비롯한 입상자들은 아직 오리지널 음반도 내지 못했다. ‘뽕숭아학당’부터 ‘아내의 맛’에 이르기까지 ‘트롯 맨’을 섭외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선 ‘기본 시청률 잡고 가기’ 이상의 전략이 읽히지 않는다. 한 장르가 수명을 연장할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음악의 예능화에 그칠 것인가. 트로트, 그 다음의 발걸음이 궁금하다.
#글로벌
2020년은 그룹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K팝 스타들의 미국 진출이 두드러졌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는 K팝 최초로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고, 오는 1월 열리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로 지명됐다.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즈 등 팝스타들과 교류해온 블랙핑크도 유튜브는 물론, 핫100과 빌보드200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SM엔터테인먼트의 슈퍼엠과 NCT,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 나아가 중소 기획사 소속인 이달의 소녀도 빌보드200에 이름을 올렸다. K팝의 세계화는 예상치 못한 충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K팝은 해외에서 다양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정치적 투쟁 수단으로 자리 잡은 한편, K팝 콘텐츠의 문화적 전유를 둘러싼 논쟁도 활발하다. K팝이 오락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2020년대, K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리고 있다.
#숨듣명
최근 몇 년 간 유행한 ‘뉴트로’는 올해 ‘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온라인 밈(meme)과 만나 2010년대의 K팝을 소환했다. 방송사 예능국이 ‘깡’ 밈에 미련을 떨치지 못할 때, 누리꾼들은 ‘마젤토브’(제국의 아이들), ‘시끄러!!’(유키스), ‘향수 뿌리지마’(틴탑) 등을 음미했다. 무엇보다 ‘숨듣명’의 유행에는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의 진행자인 재재의 공의 컸다. 2010년대는 K팝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시기로, 당시 발표된 노래들엔 과잉된 사운드와 의미를 알 수 없거나 내용이 막장인 가사 등 ‘흑역사’로 기억될 만한 반미학적 요소들이 많았다. K팝을 향한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재재의 접근은 ‘즐기되 조롱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을 끌어냈다. ‘숨듣명’의 발굴이자, ‘명 MC’의 발견이다.
#비대면
전 세계를 덮친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연결을 끊어 놨다. 일찍부터 온라인 기반 활동에 관심 가져온 대형 기획사들은 온라인 콘서트와 모바일 콘텐츠, 영상통화 팬사인회 등을 시도하며 비교적 발 빠르게 비대면 사회에 적응했다. 그러나 재난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아니다. 소규모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인디 레이블과 가수들은 사실상 경제 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90억원을 들여 온라인 K팝 공연 제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극소수의 대형 아이돌을 제외하면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표준에 누군가는 생존을 위협당하는 지금, 우리는 아무도 잃지 않은 채 2021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wild37@kukinews.com / 사진=KOZ엔터테인먼트, 쇼플레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SJ레이블 제공, 유튜브채널 '문명특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