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2021년도는 대선으로 시작해서 대선으로 끝날 전망이다. 2022년 3월 9일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의 길목에 서있기 때문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하반기에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의 대선후보 경선이 예정돼있다.
2021년 정치판도 여야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질 가운데, 올해의 정치를 잘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키워드는 무엇일까.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 레임덕은 정치지도자의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지도력 공백 현상을 뜻하며 우리말로는 ‘권력누수’라고 표현한다. 본래 경제용어였으나, 19세기 미국에서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 집행에 일관성이 없는 것을 비유하는 뜻으로 사용되며 정치용어로 쓰이게 됐다.
레임덕은 지도자의 통치력 저하로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공조직 업무 능률을 저하시켜 국정 공백을 일으키는 등 나라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역대 대통령 모두가 예외 없이 집권 4년차에 ‘레임덕’ 현상을 겪어 집권 ‘4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6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2021년에는 정권을 흔들기 위한 야당의 레임덕 공세와 이를 막기 위한 여당의 총력 방어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리얼미터, 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 40%대가 붕괴되며 정치권에서는 ‘레임덕 공방’이 이미 시작됐다. 유승민 전 의원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레임덕을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윙보터(swing voter) = 스윙보터는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유권자를 뜻하는 말로 ‘유동 투표층’이나 ‘부동층 유권자’라는 순화어가 있다.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정하지 않아 정치상황과 이슈, 정책 등이 이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나 중도층이 이에 해당되며 지역군으로는 충청권이나 서울권이 거론되곤 한다.
2021년도에 ‘스윙보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4·7 서울시장 선거 때문이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지역색이 약하고 특정 정당 지지보다는 이슈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 ‘스윙보터’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서울시장 보선이 대선 전 민심의 향배를 보이는 ‘전초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스윙보터를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승부가 뜨거울 전망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민들은 현재 야권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의뢰)가 지난 19~20일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를 조사한 결과, ‘정권심판론’이라는 응답이 41.9%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야권에 대한 심판(야권심판론)’은 17.4%, ‘차기 대선 전초전으로서의 정치공방’은 16.5%로 집계됐다.
서울시 현안을 둘러싼 쟁점으로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부동산 정책(63.3%)’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해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출사표를 던진 야권 후보들은 앞다퉈 자신만의 부동산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새로 임명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대책도 서울 표심을 움직일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타도어(Matador)=마타도어는 스페인어 마따도르(Matador)에서 유래한 말로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정략을 의미한다. 정확한 근거가 부족한 소문을 사실처럼 전달하는 ‘카더라’로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로 흑색선전과 같은 말로 사용된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9·11월 민주당·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치밀한 ‘마타도어’전이 예상된다.
마타도어가 가장 치명적인 공격으로 사용되는 순간은 선거 직전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특정 후보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음모론을 퍼뜨리게 된다면, 해당 후보는 이에 대한 제대로된 대처도 못한 채 선거를 끝내게 된다.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선거전 초반부터 나오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가족사’에 대한 마타도어가 횡행하자 “경선이 혼탁해질 뿐만 아니라 제일 안좋은 형태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가능성 있다. 근거 없는 비난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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