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콘서트, 돈 내고 볼게요!…1만원 정도?”

“온라인 콘서트, 돈 내고 볼게요!…1만원 정도?”

기사승인 2021-01-05 06:30:13
▲ ‘SM타운 라이브 컬쳐 휴머니티’ 무대에 오른 그룹 슈퍼엠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3583만 회. 지난 1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SM엔터테인먼트 패밀리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컬쳐 휴머니티’(SMTOWN LIVE Culture Humanity)의 스트리밍 횟수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 등을 통해 무료로 생중계된 이번 공연은 186개국에서 시청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온라인 콘서트 사상 최대 시청 수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약 1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오프라인 콘서트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온라인 공연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획사들의 움직임이 지난 한 해 동안 계속됐다. SM엔터테인먼트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유력 플랫폼을 가진 IT회사와 손잡고 온라인 공연 수익화에 힘썼다.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관객들의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콘진원이 발간한 ‘2020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음악 콘텐츠를 이용한 전국 만 10~59세 가운데, 온라인 유료 공연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8.2%로 낮았다. 하지만 ‘향후 비대면(온라인) 음악 공연을 유료로 결제할 의향’에 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39.3%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콘진원은 이를 두고 “관련 분야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내는 가수는 극소수의 유명 아이돌 뿐이다. 인터넷망 사용료 등 수수료가 비싸지만, 티켓 가격은 3만원대로 낮게 책정돼서다. ‘2020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8.7%가 온라인 음악 공연에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을 1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30.7%는 1만원 이상~3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인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그 정도 가격으로는 온라인 공연을 제작하더라도 수익을 내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가 지난해 9월 연 온라인 공연을 사례로 보면, 공연장 수용 가능 인원(300명)보다 많은 관객(450명)이 공연을 관람했지만 매출은 오프라인 공연의 8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 액션캠을 활용한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온라인 공연
업계에 따르면 공연 중계를 위한 티켓 수수료와 음향·조명 등 제작비용, 저작권료 등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가수와 기획사에게 남는 몫은 티켓 매출의 10%가량이다. 윤 대표는 “티켓 가격을 1만원으로 책정하면, 관객 1만명이 들어도 수익은 1000만원 남짓”이라면서 “이것을 가수와 공연기획사가 또 다시 분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공연의 성패는 해외 팬덤에 달렸는데, 소규모 클럽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디 가수들의 경우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26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기획사의 온라인 공연 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 가운데 200억여원은 온라인 공연을 위한 스튜디오 조성 및 운영에, 65억원은 온라인 공연 제작에 쓰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K팝을 포함해 중소 기획사와 인디 레이블을 대상으로 온라인 공연 제작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비용 부담과 기술 부족으로 온라인 공연을 시도하지 못했던 소규모 기획사에도 일단 온라인 공연을 열 수 있는 길은 열린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문체부는 기존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온라인 공연을 위한 스튜디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200억 규모의 예산으로는 서울 시내에 공연장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 온라인 전용 공연장이 얼마나 높은 활용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 역시 논쟁거리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만든 온라인 공연장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유료 온라인 공연을 결제해서 보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봤다. 온라인 공연의 경우 아직 관객의 결제율이 낮은데, 티켓 가격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등의 지원책을 통해 온라인 공연 유료 결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표는 또한 “관객 수를 제한한 채 오프라인 공연을 열었을 때, 일부 공연장은 대관료를 100% 받았다. 아티스트 개런티도 그대로였다”면서 “공연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절감돼야 수익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술탄오브더디스코 유튜브 캡처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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