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시즌2, 수련 없는 수련팀은 아니겠지요 [TV봤더니]

‘펜트하우스’ 시즌2, 수련 없는 수련팀은 아니겠지요 [TV봤더니]

기사승인 2021-01-06 07:00:03
▲사진=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SBS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수련 없는 수련팀일까, 김순옥 작가의 큰 그림일까. 지난 5일 시즌1의 막을 내린 SBS 월화극 ‘펜트하우스’의 이야기다. ‘왜?’라는 질문은 접어두고 ‘와’하면서 보는 것이 김순옥표 드라마의 맛이라지만, 시즌1 최종회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는 물음표밖에 남지 않는다. 심수련(이지아)와 오윤희(유진)의 행복했던 한때를 비추는 장면은  기시감 마저 일으킨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신애리(김서형)와 정교빈(변우민)이 죽고 난 후 바다 위로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그 유명한 장면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바다 위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사망했거나 사망한 것처럼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정상 층만을 노리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처럼 거침없이 내달리던 ‘펜트하우스’는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의 방향으로 질주했다. 악랄한 배우자 주단태(엄기준)에 의해 바꿔치기 당해 십수년간 존재조차 몰랐던 딸 민설아(조수민)의 복수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심수련은 주단태와 양미옥(김로사)의 흉계에 빠져 살해당했다. 심수련을 돕고 주단태와 자신의 천적 천서진(김소연)에게 맞서던 오윤희는 민설아를 죽인 진범으로 밝혀지더니, 심수련을 죽인 범인으로 누명을 썼고, 마지막엔 스스로 목을 찔러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시즌3까지 예정된 시리즈의 첫 시즌 마지막 회에 주인공 중 둘이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희미하던 물음표는 마지막 장면 이후 볼드체로 강조되며 무한으로 늘어난다. 주단태와 천서진을 향해 복수의 칼을 겨눌 인물은 모두 사라진 걸까. 그렇다면 시즌2부터는 주단태와 천서진의 펜트하우스 신혼생활과 헤라펠리스 주민들의 우스꽝스럽지만 해괴한 악행, 청아예고 학생들의 무서운 학교생활만 나오는 걸까. 주인공 심수련이 사라졌고, 오윤희는 복수의 정당성을 잃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복수의 주체가 되는 걸까. ‘무한도전’의 홍철 없는 홍철팀 마냥 수련 없는 수련팀이 꾸려지는 걸까. 시청자가 궁금증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펜트하우스’의 시청자라면, 지금껏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를 봐 온 사람들이라면 심수련의 죽음부터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할만 하다. 김 작가는 전작에서 몇 번이고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을 살려내는 기적을 선보인 바 있다. ‘아내의 유혹’의 구은재가 대표적이다. ‘황후의 품격’ 나왕식(태항호)은 머리에 총을 맞고도 살아났고, ‘언니는 살아있다’의 사군자(김수미)는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까지 했지만, 다시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다. 김 작가의 작품에선 명백하게 죽었던 사람이 사실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인물로 다시 나타나, 극을 이끌거나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인물의 부활은 김 작가의 주특기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르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 단테스는 온갖 고초를 겪은 후 부와 권력을 가진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와 악당들에게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 김순옥표 드라마의 인물들도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환골탈태해 복수에 나선다. ‘펜트하우스’를 구축한 뼈대도 이와 비슷한 모양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시즌2에선 어떻게든 복수의 주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청자가 이 이야기에 또 다시 매력을 느낄지는 아직 미지수다. 누가 살아 돌아올지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살아 돌아오는가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당장은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떠오른 물음표의 답을 찾기 위해 시즌2를 기다리겠지만, 만약 다음 시즌에서 특정 인물들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그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야 서사의 빈틈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속도감과 자극적 소재로만 밀어붙이기엔 시즌1의 심수련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오윤희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잃었다. 제작진이 시즌제를 긴 휴식 정도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다음 시즌에선 정말 새로운 막이 올라야 한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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