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엄동설한에 눈물 흘렸나” 자영업자 약올리는 영업제한

“이러려고 엄동설한에 눈물 흘렸나” 자영업자 약올리는 영업제한

기사승인 2021-01-08 06:52:01
▲사진=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에 자영업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영업정지 장기화로 경제적 손실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데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황급히 집합금지시설에 대한 방역 지침을 완화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7일 정부는 그간 영업이 금지됐던 모든 실내체육시설을 8일부터 조건부 운영 허용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해동검도, 줄넘기 교실, 축구교실 등이 아동을 교육하는 곳임에도 미신고 업종이란 이유로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즉시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는 18일부터 노래연습장 등 집합금지시설에 대해서도 운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노래연습장·학원 등 집합금지가 장기화되고 있는 수도권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 방역상황 및 시설별 위험도를 재평가, 방역수칙을 준수해 운영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수도권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는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자영업자의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사진=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홀 영업금지 등 정부의 방역 규제 완화 및 재고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세종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식당은 저녁 9시까지 매장 영업이 가능한데 카페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규탄했다. 회원들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시작된 방역규제로 이제는 버틸만한 힘도 버틸만한 자금도 모두 바닥이 나버렸다”면서 “카페업계에 내려진 방역규제를 완화해 실내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는 집합금지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오는 18일 이후 집합금지 조치에는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정부 방역 지침이 불공평하다며 지난 4일 항의성 매장 영업에 돌입했다. 실제 영업을 강행한 곳도 있었지만 영업은 하지 않고 매장 불을 켜놓는 방식으로 동참한 업주들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같은날 전국에서 1000여 곳이 넘는 헬스장이 항의 오픈에 참여했다. 헬스장, 필라테스 종사자들의 분노는 정부가 골프장, 스키장의 제한적 운영을 허용하고 돌봄 기능을 한다는 이유에서 태권도장 등의 운영을 허용하면서 폭발했다. 

시위나 기자회견에서 그치지 않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이들도 있다. 지난 5일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PC방 업주, 호프집 업주는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 근거인 감염병 예방법과 지방자치단체 고시에 손실보상 근거 조항이 없어 자영업자의 재산권·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사진=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회장 SNS 캡처.

정부가 부랴부랴 방역지침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헬스장 이용객 99%가 성인”이라며 “어린이·학생 9명 이하만 이용 가능하다 하려고 밤새 머리 싸매고 연구했냐. 이러려고 이 엄동설한에 피 말라 죽어가는 관장님들이 울면서 하소연한 줄 아느냐”고 꼬집었다.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집합금지 완화 검토 대상에 카페는 제외돼 카페 종사자들 중심으로 반발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는 정부가 방역 지침을 수시로 변경해 혼란이 가중되고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 기준을 스스로 어기고 지침을 변경해 자초한 일”이라며 “헬스장에 대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9인 이하 영업 허용을 한 것은 전혀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자영업자들을 약 올리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17일부터 집합금지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말도 그때 가서 안 하면 그만인 ‘희망고문’ 아니냐”면서 “짧고 굵게 거리두기 3단계를 했었어야 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을 갈라치기하고 고통만 가중되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방역 지침을 정하는 데 있어서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턱없이 부족한 긴급재난지원금, 새희망지원자금은 지난 2019년 기준 소득이 4억 이상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하는 등 소상공인은 울분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주에 대한 기본적인 손실보상뿐 아니라 근로자도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만큼 전국민적인 재난지원금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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